소프라노 김희정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과 이화여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수학한 정통 성악인이다.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 센터를 비롯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지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왔다.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 서울오페라단, 국제오페라단 등의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녀는 수려한 외모와 청중을 사로잡는 우아한 무대매너로 한국 클래식계의 주목받는 프리마돈나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 그녀가 샹송을 부른다. 김희정의 샹송 무대는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 탄생 10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 김희정은 소프라노의 타이틀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김희정



‘에디트 피아프’ 탄생 100주년 기념 콘서트는 다양한 출연진이 함께한다. 첫 내한의 설렘을 안은 크리스틴 보빌을 비롯해 지휘자 조장훈, 피아노 김미경, 소프라노 김희정, 메조 소프라노 강화자, 소리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에디트 피아프’의 주옥같은 명곡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의 협연도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소프라노 김희정은 라라 파비앙(Lara Fabian)의 ‘Je suis Malade’를 부른다. 애수에 싸인 멜로디와 짙은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곡이다. 김희정은 이 곡을 부르게 된 계기에 대해 “평소 라라 파비앙이라는 가수를 좋아해왔다. 그녀의 음악 자체가 임펙트 있어서 라라 파비앙의 대표적인 곡을 꼭 한 번 노래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은 이번 샹송 무대를 통해 대중음악의 세계로 새롭게 발을 내딛는다. 현재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향후 재즈, 크로스오버 등 다채로운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녀는 “클래식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은 기본”이라며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들을 제 나름대로의 창법으로 개발하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마음을 먹게 된 데는 피부로 직접 느낀 관객들의 반응 덕이 컸다. 여러 공연을 다니면서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직접 보았던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하면서 지쳤을 때, 대중음악을 많이 들었다. 확실히 클래식과 다른 매력이 있다. 클래식은 잘 짜여있고 정해진 기교와 창법이 있다. 대중음악은 감정표현이나 창법적인 면에서 자유롭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가 함께하는 갈라쇼 무대에 오르면 크로스오버 곡을 부를 때가 많았다. 공연 담당자도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뮤지컬 음악이나, 유명한 곡들을 원했다. 그런 장소에서 오페라 곡을 부르면 좀 어색해 보이더라.(웃음) 대중음악을 불렀을 때 대중들이 좋아해 주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클래식을 한 사람들이 대중음악을 하면 그 느낌이 또 다르다. 성악가로서 그러한 장르를 개척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클래식은 잘 짜인 직조물과 비슷하다. 오케스트라와 무대, 의상, 창법 등도 정형화되어 있다. 김희정은 클래식을 두고 “교과서 같은 것”이라 말하면서 “클래식은 이미 만들어진 형식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그에 맞는 한 가지 발성만을 사용해 노래한다. 그래야만 테크니컬한 옥타브를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대중음악은 내가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을 다 드러낸다. 대중음악은 선율이 난해하진 않지만 다양한 소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대중음악의 감정을 건드리는 면에 마음이 갔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렇지만 정확한 표현법의 클래식에서 자유로운 대중음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재도 김희정은 수많은 대중음악의 표현법에 직접 부딪히며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익혀서 새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고행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성악 발성으로 대중음악을 부르면 감정 표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김희정은 끈질긴 연구를 통해 기존의 발성법을 바꾸고, 노래하는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번 ‘에디트 피아프 탄생 100주기 콘서트’는 기존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김희정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는 무대다.



앞으로 김희정은 꾸준한 활동으로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음반을 준비중이며, 9월 22일에는 평화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김희정은 “그 때쯤이면 완성된 앨범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귀띔했다.



‘에디트 피아프 탄생 100주년 기념 콘서트’는 6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와우스타 정지혜기자 wowstar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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