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블록버스터 ‘샌 안드레아스’의 주연배우 드웨인 존슨(왼쪽)과 카를라 구기노, 브래드 페이튼 감독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제공
재난 블록버스터 ‘샌 안드레아스’의 주연배우 드웨인 존슨(왼쪽)과 카를라 구기노, 브래드 페이튼 감독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제공
“이 영화에는 승패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생존뿐이죠. 대자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인간이 대비하거나 막을 수 없는 대규모 자연재해를 소재로 보통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돕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내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샌 안드레아스’(사진)에서 주인공 레이 게인즈 역을 맡은 미국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은 28일 중국 베이징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WWE의 레슬러 ‘더 록’으로도 잘 알려진 존슨은 “집 근처에 소규모 지진이 났을 때가 기억난다”며 “실제 상황이 닥치자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생각하며 얼어 있었다”고 말했다.

샌 안드레아스는 올여름 극장가에 걸릴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다.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회견장은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온 기자 200여명으로 북적였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끊어져 캘리포니아에 규모 9의 강진이 발생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3만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다. 주인공은 과거에 생긴 상처로 가족과 사이가 소원해진 구조대원이다. 최악의 재난 상황이 닥치자 로스앤젤레스(LA) 소방구조대의 헬기 조종사 게인즈(존슨 분)가 아내 엠마(카를라 구기노 분)와 외동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분)를 구하러 나선다.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끼리 보여주는 인간애가 나름의 감동을 주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기존 재난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볼거리가 넘친다. 지진 재난 상황을 스케일 큰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1억달러가량을 들였다. 땅이 갈라지고 고층 빌딩들이 잇따라 무너져 내리는 등 순식간에 폐허가 되는 도시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박진감 있게 표현했다. 화재와 폭발, 붕괴가 쉴 새 없이 계속된다. 지진 후엔 거대한 쓰나미가 화면을 가득 덮친다. 실감 나는 연출을 위해 실제 세트에도 공을 들였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쓰나미 장면을 위해 물 570만L가 들어가는 수중 탱크를 제작했다”며 “영화에 나오는 바람이나 물결도 기계를 이용해 진짜로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보는 재미’를 살리기 위해 영화는 주인공 가족의 시점을 따라간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은 배경효과처럼 처리했다. 구조대원인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구하는 모습은 거의 없고 ‘가족 간 갈등 해결’에만 이야기가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존슨은 “어찌 보면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라고 설명했다. 열세 살짜리 딸이 있다는 그는 “그 순간 주인공의 머리는 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꽉 차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튼 감독은 “지진은 언제든 현실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라며 “영웅이 아닌 보통 가족에 초점을 맞춰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불가피하게 닥치는 재난도 견뎌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