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전염성이 약하다는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엿새 만에 환자가 다섯 명으로 늘어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추가 의심환자 두 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첫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가 메르스로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기침 등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심환자였던 간호사는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메르스로 확진된 국내 환자는 다섯 명이다.

메르스 진원지인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인 환자가 가장 많다. 세계 메르스 환자 1156명 중 1126명이 중동 국가에서 발생했다. 중동 이외에 발병한 국가는 영국(4명) 독일(3명) 튀니지(3명) 필리핀(2명) 말레이시아(1명) 등이다.

국내 환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모두 중동을 다녀온 첫 환자로부터 전염됐다. 한 명이 네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셈이다. 메르스의 전염성이 약하다고 강조한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0.6 수준으로 낮아 일반인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생산지수가 0.6이라는 것은 환자 한 명당 보통 주변 사람 0.6명을 전염시킨다는 뜻이다. 사스(SARS)의 재생산지수는 5, 에볼라는 2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자 한 명이 이미 네 명에게 전염시키면서 국내 메르스 재생산지수는 4까지 치솟았다.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받는 부분이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첫 환자가 자신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밝히지 않고 1주일 가까이 병원을 오간 기간에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첫 환자로부터 나머지 네 명에게 2차 감염이 이뤄졌을 뿐 ‘지역사회 확산 단계’인 3차 감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이 나타난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배제한 현재의 대응체계는 격리그룹 바깥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순식간에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전북에서도 추가 의심 사례가 접수됐다. 카타르 공항을 거쳐 지난 23일 입국한 여성(25)이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는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다며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