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지원선박(OSV·offshore support vessel) 수주전에서 중국에 밀려 연간 3조~10조원 규모의 시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해양플랜트 수주 건수는 0건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24건의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중국이 체결한 해양플랜트 계약 가운데 22건은 OSV 수주 계약이다. 올해 세계 OSV 발주량은 34척으로 이 가운데 22척을 중국이 가져갔다.

OSV는 건조된 해양플랜트 시설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에 보급품을 수송하는 선박 등 지원 선박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 이후 드릴십(원유시추선)과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등 시추 및 생산 시설 발주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OSV 발주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OSV는 완성된 해양플랜트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이 시추와 생산 설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면서도 OSV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 시장 전체를 놓쳤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OSV는 미국의 중소 조선사와 북유럽 조선사가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10년 이후 중국에 주도권이 넘어갔다. STX그룹이 계열사인 STX OSV를 통해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회사는 2012년 이탈리아 국영조선사 핀칸티에리에 매각됐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OSV분야를 키울 계획을 세웠지만 이후 추가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OSV시장은 해양플랜트 호황기였던 2012년 연간 10조원 규모로 커진 적이 있고, 이후에도 연 3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며 “OSV는 규모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데, 안이하게 대응해 중국에 시장을 내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