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문이 전통주와 홍삼으로도 번졌다.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와 농협의 홍삼 브랜드 한삼인의 일부 제품에서도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발표한 백수오 제품 추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순당의 주력 제품인 백세주의 원료 시료 두 건에서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국순당에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백세주에는 10여가지 한방재료가 들어가는데, 백수오도 그중 한 가지다. 보통 백세주 한 병(370mL)에 0.013g 정도의 백수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순당은 식약처의 요청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원료로 만든 제품은 유통되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제품을 폐기한 데 이어 백수오를 원료로 쓰는 백세주, 백세주 클래식, 강장 백세주 등 3개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순당은 원료 공급처인 경북 영주농협을 비롯해 백수오 유통과정 전체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고 팀장은 “다른 검사기관에 의뢰해 백수오 진위 여부를 검사했을 때는 가짜 백수오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은 시중에 풀린 회수 대상 제품 규모를 100억원(소비자가 기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홍삼도 가짜 백수오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식약처는 농협홍삼 한삼인의 건강기능식품 ‘한삼인분’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백수오 분말이 약 3% 함유된 홍삼 제품이다. 이경희 한삼인 팀장은 “지난해 8월 출시한 뒤 토산품 판매점 등 일부 유통채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해온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선 판매하지 않아 누적 판매량도 451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삼인 측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이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수오 제품 207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진짜 백수오’ 제품은 4.8%인 10개에 불과했다. 40개 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사용한 45개 제품 등 157개 제품은 원료 가공과정에서 DNA가 파괴돼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업체들이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에 한해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날 건강기능식품 관리 강화 방안도 내놨다.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라도 안전성과 기능성을 재평가하고,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원재료의 진위 판별 기준과 시험법을 마련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장기윤 식약처 차장은 “이엽우피소 독성 여부에 대한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성시험을 하기로 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라 2년간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