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글로벌 ETF시장 '빅뱅'…자산 3조달러…헤지펀드 추월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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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바뀌면 급격한 자금 이탈" 우려도
상장지수펀드(ETF)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주식 및 채권값이 상승하자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추종하는 인덱스(지수형) 펀드에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ETF는 일종의 인덱스 펀드로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3조달러(약 3270조원)에 육박한 ETF 자산 규모가 올 하반기 헤지펀드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TF로의 자금 쏠림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배로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ETF 자산 규모는 약 2조9980억달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740억달러에서 약 네 배로 커졌다. ETF는 현재 전 세계 51개국 63개 증권거래소에서 5700여개가 거래되고 있다. 투자 자산별로 보면 주식(78%), 채권(16%), 원자재(4%) 순으로 많다. 올 1분기에만 972억달러 정도가 ETF 시장에 유입됐다. 전년 동기 대비 세 배에 달한다.
브라이언 륭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이달 기준으로 ETF 자산 규모가 3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오는 8월께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를 앞지르고 수년 내 사모펀드, 국부펀드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3대 큰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은 2019년이면 ETF 자산 규모가 6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시중에 풀린 돈이 ETF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앞다퉈 양적 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폈다. 주식·채권 등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자 시장 흐름에 편승한 투자가 유리해졌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자 펀드 투자자들은 수수료에도 한층 민감해졌다.
ETF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능동적)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싸다. 주식 액티브 펀드 수수료는 운용 자산의 연 2% 정도지만 인덱스 펀드 수수료는 연 0.05%다. 채권 투자도 액티브 펀드와 ETF 수수료가 최대 1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서 헤지펀드보다 ETF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서 연쇄 자금 이탈” 가능성
특히 신흥국에 분산 투자하는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 ETF 자산 규모는 2520억달러로 아직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빠르게 덩치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투자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라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 규모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역내 펀드 판매가 자유화되면 이런 흐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계·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은 아시아 ETF 시장이 연평균 25~3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TF 시장의 급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만큼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주식과 채권시장의 흐름이 변할 수 있고, ETF가 액티브 펀드에 비해 계속 좋은 성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의 급성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액티브 펀드는 특정 신흥국이 불안해지면 안전한 신흥국으로 투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신흥국 ETF는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면 신흥국마다 같은 비중으로 투자금을 빼서 환매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흥국도 일부 국가의 불안에 따른 자금 이탈 영향을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TF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에 비해 금융시장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특정 이슈에 따라 대거 자금 이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배로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ETF 자산 규모는 약 2조9980억달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740억달러에서 약 네 배로 커졌다. ETF는 현재 전 세계 51개국 63개 증권거래소에서 5700여개가 거래되고 있다. 투자 자산별로 보면 주식(78%), 채권(16%), 원자재(4%) 순으로 많다. 올 1분기에만 972억달러 정도가 ETF 시장에 유입됐다. 전년 동기 대비 세 배에 달한다.
브라이언 륭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이달 기준으로 ETF 자산 규모가 3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오는 8월께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를 앞지르고 수년 내 사모펀드, 국부펀드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3대 큰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은 2019년이면 ETF 자산 규모가 6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시중에 풀린 돈이 ETF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앞다퉈 양적 완화와 저금리 정책을 폈다. 주식·채권 등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자 시장 흐름에 편승한 투자가 유리해졌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자 펀드 투자자들은 수수료에도 한층 민감해졌다.
ETF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선별해 운용하는 액티브(능동적)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싸다. 주식 액티브 펀드 수수료는 운용 자산의 연 2% 정도지만 인덱스 펀드 수수료는 연 0.05%다. 채권 투자도 액티브 펀드와 ETF 수수료가 최대 1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서 헤지펀드보다 ETF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서 연쇄 자금 이탈” 가능성
특히 신흥국에 분산 투자하는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 ETF 자산 규모는 2520억달러로 아직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빠르게 덩치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투자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라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 규모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역내 펀드 판매가 자유화되면 이런 흐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계·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은 아시아 ETF 시장이 연평균 25~3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TF 시장의 급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만큼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주식과 채권시장의 흐름이 변할 수 있고, ETF가 액티브 펀드에 비해 계속 좋은 성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의 급성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액티브 펀드는 특정 신흥국이 불안해지면 안전한 신흥국으로 투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신흥국 ETF는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면 신흥국마다 같은 비중으로 투자금을 빼서 환매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흥국도 일부 국가의 불안에 따른 자금 이탈 영향을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TF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에 비해 금융시장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특정 이슈에 따라 대거 자금 이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