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고 환율에 따른 명품 소비자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소공동 본점의 요우커 매출 신장률은 62.1%를 기록했다. 그러나 1인당 씀씀이는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요우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58만원으로 전년 동기 65만원에 비해 10.7% 감소했다.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며 2년여 만에 약 35.5% 줄어들었다.

롯데면세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분기(1~3월) 요우커 매출은 작년보다 50% 늘어났다. 하지만 객단가는 2013년, 2014년 평균인 90만원보다 11.1% 적은 80만원으로 집계됐다.

유통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른 명품 소비자 감소 △요우커의 평균 연령 하락 △개별 여행객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 내 가격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국내 해외 명품 가격의 이점이 감소했다”며 “홍대나 가로수길 등을 찾아다니는 젊은 요우커가 늘어나면서 고가 패션 제품군의 매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찾는 요우커 수도 지난해보다 10~2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요우커의 한국 내 선호 품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롯데면세점에서 지난 1분기 매출 기준 선호 품목은 화장품, 패션, 시계·보석 순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이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3~2014년에는 패션이 1위였다.

롯데면세점은 이런 변화에 발맞춰 소공동 본점 내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종전 9층 외에 11층으로 확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