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33건, 공사 총액 2700억원대에 걸쳐 이뤄진 한전 전기공사 입찰비리는 전국 네트워크까지 구축한 브로커와 업자들에게 놀아난 결과였다.

한전은 국민의 생활안전과 직결된 전기공사와 관련한 입찰, 계약, 관리 과정에서 총체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한전 전산입찰시스템은 KDN이 위탁받아 운영하며 이를 다시 위탁받은 회사의 전문직원이 관리했다. 전자입찰시스템 서버는 복잡한 과정으로 구축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외부 인터넷망에서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추첨번호와 낙찰하한가가 유통됐다.

이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브로커들을 통해 광주·전남·인천·대구·경기·충남 등 업자에게 팔려나갔고, 하한가를 살짝 웃도는 가격을 써내 공사를 따낸 업자 다수는 공사금액의 20~30%를 챙긴 뒤 공사를 하도급했다.

공사 원가 중 20~30%는 입찰조작책, 브로커, 불법 하도급업자가 뒤로 빼돌리고 하도급 업체가 10%가량 이윤을 챙긴 사실까지 고려하면 실제 공사는 60~70%의 비용으로 이뤄진 셈이다.

한전 전기공사는 입찰경쟁률이 5763대 1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특정 공구 공사를 낙찰받으면 2년간 공구에서 발생하는 공사를 모두 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

안전과 직결되는 공사인 만큼 엄격하게 입찰이 이뤄져야 할 당위에도 최종 관리 책임이 있는 한전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시스템 관리 부실은 차치하고라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될 만큼 확률이 낮은 낙찰을 30건이나 받은 업자가 있는데도 한전은 불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희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26명을 기소하고 1명을 수배하는 등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은 한전 입찰·계약·공사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내부자(KDN 파견업체 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브로커, 업자의 결탁이 맞물려 발생했다"고 규정했다.

한전은 뒤늦게 현재 진행 중인 공사 계약 45건을 취소하고 입찰 참가자격도 제한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이 끝난 불법 업자들에 대한 재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약 취소, 기존 불법 입찰로 탈락한 후순위 업자들의 권리 주장 등에 따른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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