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자전거 돌풍
2013년 초 열린 자전거 제조업체 에이모션의 경영회의. 주제는 ‘팻(fat)바이크’였다. 팻바이크는 두꺼운 뼈대(프레임)와 광폭 타이어를 가진 ‘뚱뚱한’ 자전거다. 눈길, 사막 등에서 타는 제품이다. 러시아 수출용으로 소량 생산하고 있었는데 국내 판매 요청이 이어지자 출시를 고려하게 된 것. 정문위 에이모션 대표는 1년여간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2월 한국인 체형에 맞는 ‘우라노’(사진)를 출시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내놓는 족족 모두 팔렸다. 지난달까지 5000대 이상 판매했다.

팻바이크는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다. 최근에는 일반 동호인도 팻바이크를 찾기 시작했다. 2013년 12월 생긴 국내 최대 팻바이크 동호인 카페인 네이버 ‘팻빠’ 회원은 현재 5000명이 넘는다.

팻바이크 무게는 15~18㎏으로, 10㎏ 안팎인 일반 자전거보다 무겁다. 바퀴도 두꺼워 속도를 내기 쉽지 않고 조작이 힘들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운동 효과가 큰 것도 특징이다. 팻빠를 운영하는 어태범 씨는 “일반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몇 배 힘이 드는 만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며 “승차감이 좋고, 노면이 좋지 않은 겨울에 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팻바이크족(族)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 에이모션의 우라노, 알톤스포츠의 맘모스, 삼천리자전거의 허리케인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40만~180만원대다. 200만원 이상인 설리, 스페셜라이즈드 등 해외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업체들은 팻바이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에이모션은 팻바이크 인기가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 등으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것. 알톤스포츠도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팻바이크를 2000대 이상 팔았다. 지난해 판매량인 1000여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체들이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업체는 카본 등 가벼운 소재를 쓰고, 부품을 고급화한 팻바이크를 속속 내놓고 있다. 에이모션은 올해 팻바이크 종류를 1종에서 4종으로 늘렸다. 올 하반기에는 어린이·여성용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알톤스포츠도 올 들어 제품을 1개에서 6개로 확대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