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번째 성공…"매일 저녁노을 보며 행복했다"

국내 최초로 '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하고 16일 충남 당진 왜목항에 귀항한 김승진(53) 선장은 "매일 저녁 요트 위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행복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선장과의 일문일답.
-- 211일 만에 항해에 성공한 소감은.
▲ 아직 멍하다.

정말 살아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솔직히 실패하면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살아 돌아올 수 없었던 모험이었다.

각오하고 떠났다.

(도착해서) 앞에 있는 가족들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항구로) 뛰어내릴 때 발바닥이 딱딱한 느낌에 '아, 땅을 밟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 건강 상태는 어떤가.

▲ 최고다.

음식 잘 먹었고, 몸에 탈도 난 적 없었다.

부딪쳐서 생긴 작은 상처뿐이다.

건강하게 잘 돌아왔다.

당진시 부녀회에서 챙겨준 건조식품과 김치를 넣고 찌개를 만들어 밥을 먹었다.

남극해에 엄청난 파도를 넘어갈 때 밥을 끓이면서 밥솥이 엎어질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 정신적으로 좌절을 종용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항해 초반에 요트가 부서졌다.

과연 항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도와주신 분들 얼굴 떠올리면서 두 달동안 고쳤다.

2개월 후에는 거의 완벽한 요트로 만들 수 있었다.

-- 바다에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았나.

▲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과 떨어져 있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진 않았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충분히 사람과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새, 파도, 물고기 등 생명체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고 소통했다.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항구에 닿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이라는 점에서 우리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항해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소통이 가능해졌다.

섬 주변에 와서 인터넷이 됐을때 많은 이들의 응원 메시지를 밤새도록 읽었다.

외롭지 않고, 정말 즐거웠다.

--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어딘지.
▲ 거의 매일 저녁이 아름다웠다.

나는 노을만 보면 감상에 젖는데 노을이 아름다울 때 정말로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일찍 밥 먹고, 바닷물로 샤워하고 나서 노을을 감상할 때 가장 행복했다.

-- 케이프혼이나 적도 등 기념할 만한 장소를 통과할 때 세리모니는.
▲ 처음 적도 통과할 때 밤이었다.

카메라 다 설치해놓고, GPS 촬영해 놓고 딱 통과한 다음 술 한잔했다.

출발 전 럼주 하나를 선물 받았다.

기념으로 그 럼주와 맥주를 한잔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한참동안 취기가 안 가셨던 기억이 난다.

-- 다음 목표는.
▲ 문을 열었으니 이제 마당에 들어가야 한다.

진정한 모험이 정말 많이 있다.

요트팀을 만들고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해 대한민국 요트의 위상을 알리고 싶다.

요트 세계일주의 기회를 많은 이들에게 주고, 요트 군단 만들어서 경험을 가르치고 싶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날이 있다.

나는 힘든 적이 있었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참고 지냈다.

여러분들도 그런 희망의 끈을 찾을 수 있다.

해가 지면 반드시 해가 뜨더라. 소중한 삶을 알차게 챙기길 바란다.

우린 물로 이뤄진 아름다운 별에서 태어났다.

그걸 기억하길 바란다.

이 별에 태어난 것 자체로 희망이다.

(당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