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포격 등 긴장수위 고조…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

우리 정부를 중심으로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추진 중인 북한과의 이른바 '탐색적 대화'가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측이 탐색적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최근 서해 상에서의 포격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도발적 행동으로 긴장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탐색적 대화'는 본격적인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같은 과정이다.

5개 당사국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핵활동 중단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 조건을 탐색적 대화에서 전달하고, 이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만 강조하던 데서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대화의 문턱을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는 탐색적 대화에는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으며,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북한이 다 취하는 것을 보고 6자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고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이 지난달 24일 종료된 이후 대화 분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해왔다.

오는 8월 한미연합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시작 전까지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탐색적 대화를 위한 '골든 타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달 초 워싱턴과 베이징을 잇따라 방문해 미중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와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탐색적 대화를 강하게 발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은 예상과 달리 오히려 도발적 행보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SLBM 사출시험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SLBM 사출시험이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보여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상에서뿐 아니라 수중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통한 핵 투발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다층적 '핵카드'를 갖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SLBM 시험발사 문제를 유엔 무대로 가져가 대응에 나서면 북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새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끌어내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북측은 지난 9일 동해상에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13일부터 전날까지 이틀째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며 대남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측이 15일까지 포사격 훈련을 예고한 가운데 자칫 포탄이 NLL 남쪽 수역으로 넘어오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는 등 우발적 충돌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최근 군부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했다는 국정원 발표도 한반도 정세의 불가측성을 높이고 이다.

북한의 추가도발이 현실화되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모멘텀을 찾기 위한 대화 모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측은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까지 긴장을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핵 문제에서도 당장은 대화보다는 핵능력 증가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연구원은 그러나 "탐색적 대화가 대화의 문턱을 낮춘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반적 환경이 변화하면 북측이 탐색적 대화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