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는 유로존…유럽펀드 수익률 17% 육박
그리스 채무 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라는 메가톤급 뇌관이 도사리고 있는 유로존. 그런데 이곳에 투자하는 유럽펀드가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해외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중국펀드지만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돈을 끌어들인 건 유럽펀드다. 올해 들어 수익률은 연 17%에 육박하고 있고 개별 펀드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주식형 유럽펀드가 연 10%의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수익률 향상의 가장 큰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의 힘이다. 올해 3월부터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유로존 정부 국채를 사들이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이다. ECB가 내년 9월까지 풀기로 약속한 자금은 1조1000억유로, 한화로 1380조원에 이른다. 이런 엄청난 돈 풀기는 유로화 약세와 주식, 부동산 등 유럽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주요국 증시는 연초 이후 20% 이상 상승했다.

미국의 뭉칫돈이 유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유럽증시의 호재다. ‘강 달러-약 유로’ 덕에 유럽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미국 경기는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고 미국 증시의 고점논란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로존 경기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어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이후 장기침체를 겪어 온 유로존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최근에는 그리스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면서 유럽증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1일 그리스 디폴트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인데, 일시적 디폴트를 넘어 그렉시트로 이어진다면 유럽증시에도 다시 찬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가 우려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디폴트 우려에도 주변국 국채금리는 하향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 그리스 사태로 인한 전염 우려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하물며 이제 막 시작된 ECB의 양적 완화는 그리스 사태로 인한 충격의 방어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상황을 주시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에서 투자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는 유럽증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고민용 <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잠실롯데PB센터 P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