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더 주는 건 세대간 도적질"
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연금 기금을 고갈시켜 다음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을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정해놓고 지급률 수준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 장관은 7일 기자들과 만나 “2060년 기금 고갈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야당의 전제대로) 기금이 고갈된다면 국민연금의 미래는 현재의 공무원연금처럼 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2060년 기금 고갈을 전제로 보험료율을 1%포인트만 올리면 지급률을 현행 40%에서 50%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금학자 중에선 기금 고갈 후 미래 세대에게 돈을 거둬 현 세대의 노후를 맡기자는 것을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20~25% 수준의 보험료를 감당해야 할 미래 세대 입장에서 봤을 때도 과연 기금 고갈이 타당한가”라고 되물었다.

"대책없는 지급률 인상은 국민연금 불신 키워"

국민연금의 현행 지급률 40%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2060년이면 기금은 바닥난다.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지급률을 50%까지 올릴 경우 고갈 시점은 2056년으로 당겨진다. 기금 고갈 이후엔 매년 필요한 노인층의 연금액을 청년층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해야만 한다.

문 장관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했을 때 2060년이면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며 “현세대가 (부담폭을) 결정하면 후세대는 좋든 싫든 받아야만 하는데 (기금 고갈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했다. 이어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보험료율 인상폭에 대해서는 “현재 보험료율(9%)을 13% 이상으로 올려야 기금 고갈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후세대 부담의 문제는 지금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지급률 인상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가만히 놔둬도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데 지급률까지 높일 경우 그 인상폭은 예상보다 더 커진다는 것이다. 문 장관은 “보통 지급률을 10%포인트 높이려면 3.5~4.0%의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연금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 개혁특위 막바지 논의 과정에서 복지부가 배제된 가운데 지급률부터 정해놓고 나중에 보험료율과 재정목표를 논의한 것은 선후가 잘못됐다고도 했다. 그는 “논의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복지부는 뒤늦게 (지급률 인상 합의)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재원조달 논의 없는 지급률 인상 합의는 공적 연금 강화가 아닌 약화”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연금 개혁의 방향을 정해놓고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복지부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지급률과 재원조달 방안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연금개혁) 논의는 대환영이지만 사회적 기구가 결정해야 할 문제를 정치권이 못 박아버린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