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남상일은 초등학교 시절 판소리를 배우러 세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을 오가야 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어머니 이명순 씨가 동행했다. 양복점을 운영하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국악교육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공연 관람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줬고 음반도 원하는 만큼 사서 들을 수 있게 했다. 이씨는 남상일이 남원춘향제 판소리 대상, KBS 국악대경연 종합대상,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인상 등 굵직한 상을 타며 국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빽’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씨를 비롯해 영화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의 어머니 오수덕 씨,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어머니 최현숙 씨, 발레리노 김용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어머니 이강선 씨, 건축가 조민석 씨의 어머니 황봉선 씨, 뮤지컬 ‘빨래’ 연출가 추민주 씨의 어머니 이아름 씨, 문태준 시인의 어머니 김점순 씨 등 7명을 ‘2015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건축가 조행우 씨의 부인인 황봉선 씨는 시어머니와 2남2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자녀를 존중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썼다. 아들 조민석 씨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하면서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윤 감독은 어머니 오씨가 없었더라면 영화인생도 불가능했을 거라고 얘기해 왔다. 오씨는 윤 감독의 대학 진학, 영화감독 도전 등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힘을 실어주고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용기를 줬다. 국제시장 속 흥남철수 장면의 아버지가 어린 덕수와 헤어질 때 남긴 말은 곧 윤 감독 아버지의 유언이었다. 영화 속 덕수와 영자는 윤 감독 아버지의 이름이자 어머니가 집에서 불리던 이름으로 알려졌다.

이 상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어머니들의 헌신을 기리고 이들을 예술교육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1991년 제정됐다. 올해로 25회째다. 시상식은 8일 오전 10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문체부 장관 표창과 금비녀 ‘죽절잠’이 수여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