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국립현대무용단 ‘이미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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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직’은 국립현대무용단이 2014년 공연했던 작품을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시즌 레파토리화 한 작품으로 2015년 4월 재공연 됐다. 2016년에는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의 샤오이 국립극장에서 초청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미 아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이야기다. 작품은 삶과 죽음이 단순하게 연결된 통과의례만이 아닌 죽음, 즉 영혼을 삶의 영역으로 다시 끌어안으려는 간절한 제의의 몸짓이다. 한국인의 죽음의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한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어 일상적 시간과 공간의 일상을 넘어선 죽음의 시간에 파생한다. 작품은 그 현실과 초월적 세계의 연결을 관장하는 ‘꼭두’를 중심으로 한다. 또한, 영혼의 분신과도 같은 정령들의 충돌과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을 통한 비현실적 기류 같은 에너지를 엮어 무대 언어로 형상화 시킨다. 또한 죽은 망자의 혼백이 서린 창호지로 영혼을 오려낸다. 이는 죽음을 슬퍼하는 것만이 아닌, 그 넋을 위로하고 배웅하는 ‘넋전’의 행렬 속에서 반복되는 침잠과 부유를 형상화한다. 영혼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그리고 중간계에 머물다가 레테(Lethe)의 강을 건넌다. 이윽고 이승을 관통하고 저승으로 건너가는 단계를 거치는 영혼의 통과의례 진행을 통해 우리네 삶과 죽음이 결코 분리와 소멸이 아닌 더불어 동행하며, 그렇게 떠돌 듯 찾아가는 윤회(輪回)와 같은 귀로(歸路)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프롤로그에서 숨이 넘어가 생과 일상의 소음마저도 사라져 가며 멈춰버린 듯, 순간적 단절을 보여준다. 공중에 떠 있는 생명의 신호등 같은 오브제와 바닥의 빛을 이용한 프리즘을 통해 사라져가는 생명의 실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을 형상화했다. 사라져가는 영혼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실낱같은 파노라마처럼 엮어 풀어내고, 이윽고 어느새 사라질 기억의 늪 속으로 허우적거리며 침잠해 간다. 영혼은 그렇게 뿌연 빛살 같은 기억의 흔적과 흐려져 가는 사색의 몽타주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하듯 죽음을 넘어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간다.
꼭두는 영혼을 관장하고 안내하는 역할이다. 그는 늘 그렇듯이 영혼이 레테의 강을 건너게 하고 저승의 문을 통과하도록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영혼은 이승도 아닌 저승도 아닌 중간계에서 머무르고 만다. 영혼을 보내려는 꼭두와 더불어 수행하는 정령들은 마치 크라운들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때리고, 일순 포효하듯 악을 지르고, 초스피드로 줄달음친다. 이들은 영혼을 어르고 달래며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늘 그 자리에서 부유하고 침잠하기를 반복하며 멈춘 듯 갇힌 듯 갈 길을 잃고 만다.
작품은 그렇게 삶과 죽음의 접촉을 이합집산으로 자유자재 그려낸다. 때로는 죽음을 불사한 열정의 분신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게도 끝없이 침잠하는 고행의 영혼이 된 듯 진행되지 못한 경계의 또 다른 분신들이 되어 그저 한없이 떠돌다 하강한다. 순간 머물다가 비상하면서도 방향을 알 수 없는 난기류처럼 형이상학적 기운으로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비정형으로 흩어지며 초월적 세계의 판타지한 이미지의 영역을 구현해 낸다.
‘이미 아직’은 아직 살아있고 이미 죽은 것이 아닌, 이미 살았고 아직 죽지 않은 관점과 사유의 잣대에 의해 삶과 죽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살아있되 산 것이 아니고 죽었으되 죽은 것이 아니며 죽음으로 또 다른 새로운 삶이 함께 하는 것 이라고 믿고 죽음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는 진도의 ‘다시라기’ 풍습처럼 미래를 오늘에 불러 우리와 함께하는 또 다른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예비하게 한다.
작품은 동양적 내세관과 유불선의 풍류도와 같은 이미지를 반영한다. 여기에 더해진 동시대적 삶과 죽음의 경계가 순차적으로 순환하는 듯한 미니멀한 무대,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조명, 최소화된 소품만을 이용해 구성한 드라마틱한 안무와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종반부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중간계의 벽을 허물어뜨린 어둠의 파괴와 빛의 생산이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이승과 저승, 세대와 세대의 소통과 통섭을 통한 자연적 순리, 그리고 기대하는 내일의 밝은 순환의 새로운 에너지를 경험케 한 카타르시스는 밝은 환희의 빛살과 더불어 잘 살아야하는 삶의 순환 에너지를 경험하게 했다.
15명의 무용수는 몸을 사리지 않고 혼신의 힘과 정성을 다해 에너지를 분출했다. 그들은 어느새 천연덕스럽게 자유스런 영혼과 같은 맑은 기운과 더불어 죽을 듯이 휘몰아치는 열정으로 뭉친 파편들로 분하다가 이윽고 응집되어 고도의 세련된 에너지를 폭포처럼 분출해 냈다. 모든 무용수가 하나같이 싱그럽게 빛나는 무대였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 아직’은 2015년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다.
유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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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이야기다. 작품은 삶과 죽음이 단순하게 연결된 통과의례만이 아닌 죽음, 즉 영혼을 삶의 영역으로 다시 끌어안으려는 간절한 제의의 몸짓이다. 한국인의 죽음의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한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어 일상적 시간과 공간의 일상을 넘어선 죽음의 시간에 파생한다. 작품은 그 현실과 초월적 세계의 연결을 관장하는 ‘꼭두’를 중심으로 한다. 또한, 영혼의 분신과도 같은 정령들의 충돌과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을 통한 비현실적 기류 같은 에너지를 엮어 무대 언어로 형상화 시킨다. 또한 죽은 망자의 혼백이 서린 창호지로 영혼을 오려낸다. 이는 죽음을 슬퍼하는 것만이 아닌, 그 넋을 위로하고 배웅하는 ‘넋전’의 행렬 속에서 반복되는 침잠과 부유를 형상화한다. 영혼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그리고 중간계에 머물다가 레테(Lethe)의 강을 건넌다. 이윽고 이승을 관통하고 저승으로 건너가는 단계를 거치는 영혼의 통과의례 진행을 통해 우리네 삶과 죽음이 결코 분리와 소멸이 아닌 더불어 동행하며, 그렇게 떠돌 듯 찾아가는 윤회(輪回)와 같은 귀로(歸路)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프롤로그에서 숨이 넘어가 생과 일상의 소음마저도 사라져 가며 멈춰버린 듯, 순간적 단절을 보여준다. 공중에 떠 있는 생명의 신호등 같은 오브제와 바닥의 빛을 이용한 프리즘을 통해 사라져가는 생명의 실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을 형상화했다. 사라져가는 영혼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실낱같은 파노라마처럼 엮어 풀어내고, 이윽고 어느새 사라질 기억의 늪 속으로 허우적거리며 침잠해 간다. 영혼은 그렇게 뿌연 빛살 같은 기억의 흔적과 흐려져 가는 사색의 몽타주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하듯 죽음을 넘어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간다.
꼭두는 영혼을 관장하고 안내하는 역할이다. 그는 늘 그렇듯이 영혼이 레테의 강을 건너게 하고 저승의 문을 통과하도록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영혼은 이승도 아닌 저승도 아닌 중간계에서 머무르고 만다. 영혼을 보내려는 꼭두와 더불어 수행하는 정령들은 마치 크라운들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때리고, 일순 포효하듯 악을 지르고, 초스피드로 줄달음친다. 이들은 영혼을 어르고 달래며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늘 그 자리에서 부유하고 침잠하기를 반복하며 멈춘 듯 갇힌 듯 갈 길을 잃고 만다.
작품은 그렇게 삶과 죽음의 접촉을 이합집산으로 자유자재 그려낸다. 때로는 죽음을 불사한 열정의 분신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게도 끝없이 침잠하는 고행의 영혼이 된 듯 진행되지 못한 경계의 또 다른 분신들이 되어 그저 한없이 떠돌다 하강한다. 순간 머물다가 비상하면서도 방향을 알 수 없는 난기류처럼 형이상학적 기운으로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비정형으로 흩어지며 초월적 세계의 판타지한 이미지의 영역을 구현해 낸다.
‘이미 아직’은 아직 살아있고 이미 죽은 것이 아닌, 이미 살았고 아직 죽지 않은 관점과 사유의 잣대에 의해 삶과 죽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살아있되 산 것이 아니고 죽었으되 죽은 것이 아니며 죽음으로 또 다른 새로운 삶이 함께 하는 것 이라고 믿고 죽음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는 진도의 ‘다시라기’ 풍습처럼 미래를 오늘에 불러 우리와 함께하는 또 다른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예비하게 한다.
작품은 동양적 내세관과 유불선의 풍류도와 같은 이미지를 반영한다. 여기에 더해진 동시대적 삶과 죽음의 경계가 순차적으로 순환하는 듯한 미니멀한 무대,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조명, 최소화된 소품만을 이용해 구성한 드라마틱한 안무와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종반부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중간계의 벽을 허물어뜨린 어둠의 파괴와 빛의 생산이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이승과 저승, 세대와 세대의 소통과 통섭을 통한 자연적 순리, 그리고 기대하는 내일의 밝은 순환의 새로운 에너지를 경험케 한 카타르시스는 밝은 환희의 빛살과 더불어 잘 살아야하는 삶의 순환 에너지를 경험하게 했다.
15명의 무용수는 몸을 사리지 않고 혼신의 힘과 정성을 다해 에너지를 분출했다. 그들은 어느새 천연덕스럽게 자유스런 영혼과 같은 맑은 기운과 더불어 죽을 듯이 휘몰아치는 열정으로 뭉친 파편들로 분하다가 이윽고 응집되어 고도의 세련된 에너지를 폭포처럼 분출해 냈다. 모든 무용수가 하나같이 싱그럽게 빛나는 무대였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 아직’은 2015년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다.
유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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