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설’은 삼성의 지배구조를 예측할 때마다 꾸준히 제기됐던 단골 메뉴다.

증권가에선 삼성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가칭 삼성전자홀딩스)로 분할한 뒤 삼성전자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삼성 "지주사보다 스마트폰·반도체 투자가 우선"
이 같은 지주회사 전환설이 나오는 배경은 한 번 지배구조를 짜놓으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대해 오너 일가가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분만 충분히 확보하면 지주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이란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경우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증권가에선 삼성이 이 규정에 맞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계열사 지분 매입에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만한 비용을 부담하느니 그 돈을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핵심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승계에 별 지장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생명 지분 20.76%만 물려받으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오너 일가는 자체적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 가치는 총 12조원가량이다. 상속세율이 50%기 때문에 오너 일가는 6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삼성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금융 부문은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부문 지주사로는 삼성생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문제는 있다. 우선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 부문만 따로 떼내 지주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주사 아래에 금융 부문 지주사(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중간 금융지주사는 지주사 체제의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도 금융지주사 설립의 걸림돌이다. 금융지주사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정에 따라 제조회사 지분을 가질 수 없어서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을 다른 계열사 등에 팔아야 한다. 이 지분 가치가 현재 14조원에 달해 주식을 살 만한 삼성 계열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용석/남윤선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