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10여일 사이 채권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더니 사상 최고치 달성 기대가 높던 주식시장마저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0일 연 1.693%를 바닥으로 이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올라, 어제는 연 1.969%까지 올랐다. 10년물, 30년물 등 장기물 금리는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직접적 원인은 미국 독일 등 해외 채권금리의 상승이다. 지난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37%로 0.22%포인트, 미국은 연 2.11%로 0.21%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릴린치채권지수를 인용, 글로벌 채권시장 시가총액이 지난 1주일간 3400억달러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해외 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 국제유가 반등 등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당초 예상과 달리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도 아직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풀린 자금이 몰리던 채권시장이 이제는 상투를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얼마 전 끝난 밀컨 콘퍼런스에서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창업자는 “거의 모든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 채권시장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브레번 하워드의 창업자 하워드도 최근 채권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채권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세계 증시 시가총액(74조7000억달러)은 전 세계 GDP를 넘어섰다. ‘IT 버블’ 때인 1999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다. 거품이 곧 터진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코스피지수는 어제도 1.3% 하락, 지난달 23일 고점 대비 3.2% 떨어졌다. 미국 일본 증시 역시 4월 말 고점 대비 3% 안팎, 독일과 중국은 각각 8.5%, 7.5%나 급락했다. 양적 완화와 저금리라는 비(非)전통적 변칙이 빚어낸 거품이 이제 막 터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