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처럼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외국계 기업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예전에 외국계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강성 노조로 인한 노사관계였다. 최근엔 제도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상임금이 대표적이다. 법원에 따라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으로 나오면서 외국계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GM도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확대 소송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가 환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면서 인건비가 1000억원 넘게 불어나기도 했다.
[또 불거진 GM 철수설] 매년 파업에 생산차질…과도한 규제로 대형프로젝트 중국에 뺏기기도
르노삼성은 같은 통상임금 사안을 두고 법원에서 정반대의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은 작년 10월 “르노삼성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속한다”며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 2월 창원지법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르노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임금뿐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에선 특히 노무 리스크가 큰 부담이다. 금속노조 소속 한국GM 노조는 매년 임금 인상 외에도 회사 측에 ‘물량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도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도 노무 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제조업에서 파견 근로와 파업 시 대체근로 활용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노동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국계 자동차업체들의 지적이다.

환경 규제도 외국 기업 투자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때문에 중단되거나 보류된 외국인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는 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이다. 유럽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는 최근 본사가 추진하는 9000억원 규모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유치에 나섰다가 배출권 거래제 때문에 중국에 빼앗기고 말았다.

외국계 기업들은 투자 위축 외에 업무량과 외부 컨설팅 등에 따른 비용 증가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진단했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던 합작법인들 중에는 외국 본사가 합작을 종료하고 투자를 회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만든 경제자유구역도 주변국보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2013년 말 기준 국내 8개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2079개 기업 가운데 외국 기업은 164개(8%)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 기업은 일정 규모 이상을 투자하면 법인세를 3년간 면제받고, 이후 2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작년 9월 출범해 두 달 만에 288개 기업을 유치한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는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100% 면제해 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