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98> 고령화·저성장 시대의 금융이란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단어들이다. 통계청(2015년 2월 기준)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양질의 일자리와 투자 기회 부족으로 부모세대가 이뤘던 사회적 성공은 점점 ‘신화(myth)’가 돼 가고 있다. 부모세대도 높은 주거부담, 과도한 교육비 등으로 제대로 된 노후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쓰려고 평생을 모아 장만한 주택가격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우리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3.2%(통계청,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넘어선 가운데 젊은이들은 집을 살 만한 여력도 없고 이래저래 고생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한 저력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미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선진국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호주, 영국, 미국 등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통해 저성장 저금리와 고령화에 대비했다. 특히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 자본시장의 발달을 꾀해왔다. 미국은 기업연금제도인 ‘401K’를 도입한 뒤 5년 만에 주가가 절반 이상 상승했다. 호주 역시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 불리는 퇴직연금 도입으로 금융부문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상당수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사적 연금 은퇴 자산의 증가를 토대로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이것이 기폭제가 돼 투자자산으로 선회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우리도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은퇴자산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 관점으로 자본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이로써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본시장의 수익성을 높여 기업과 개인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장기채시장의 도입과 육성, 연금 세제 확충 등의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도 젊을 때부터 노후준비에 관심을 가지고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연금 등의 평생소득으로 점차 전환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금융회사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장기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선진 금융시스템 도입에 힘써야 한다. 여기에 생애단계별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고객의 관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현 시점의 재무관리는 초반 에너지를 집중해서 레이스를 끝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전략적인 분배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끝까지 잘 완주해야 하는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