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교역 둔화로 수출 8.1% 급감…무역흑자는 '사상 최대'
지난달 수출이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량 감소, 엔저(低) 등의 영향으로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와 내수 둔화로 수입은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 무역수지는 39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부에선 ‘불황형 흑자’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유가에 엔저까지 수출 악영향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액이 462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4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감소폭은 2013년 2월(-8.6%)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유가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배럴당 104.6달러에 거래되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57.7달러로 1년간 44.8% 하락했다. 유가에 좌우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3.3%와 20.1% 감소했다.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자 SK LG 여천NCC 등은 아예 지난달 공장 정기보수를 실시하면서 생산량을 줄였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석유제품과 화학 품목을 제외하면 지난달 전체 수출 물량은 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도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70개국의 교역은 지난 2월 전년 동월보다 10.6% 감소했다. 이 같은 세계 교역 둔화는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구조가 내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해외 생산비용 증가와 정부의 유턴 지원 등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중국 역시 내수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빠르게 국내산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등 신흥시장 수요가 침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엔저 현상도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대(對)일본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2.6% 감소했다. 지난해(-7.2%)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대표 품목인 철강 수출 또한 지난해보다 5.2% 줄었다.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이다.

◆수출입 동반 감소 당분간 지속

4월 수입(377억3000만달러)도 1년 전보다 17.8%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주요 원자재 수입단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유 수입액이 전년보다 42.5% 급감했고, 석유제품(-48.9%), 가스(-38.1%), 철강(-23.2%) 등 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었다. 반면 반도체장비(22.8%), 메모리반도체(15.2%), 자동차(1500㏄ 이하 가솔린차·13.6%) 등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대부분 증가했다.

4월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치인 84억88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 감소액이 수출 감소액보다 더 클 때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는 다음달에도 수출입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저유가, 세계 교역 둔화, 주요 품목의 단가 하락 등의 변수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이 같은 구조가 ‘불황형 흑자’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권 실장은 “국내 소비 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