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1일 미국 LPGA투어 노스텍사스슛아웃 1라운드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디아 고가 1일 미국 LPGA투어 노스텍사스슛아웃 1라운드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상금 타면 모두 네팔 성금으로 낼래요.”

지난주 스윙잉스커츠클래식 우승으로 성인식을 자축했던 ‘골프 천재’ 리디아 고(18·뉴질랜드)의 약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필 선행을 약속한 직후 ‘재앙’이 터졌다. 트리플 보기, 더블 보기 등을 잇따라 범하며 우승은커녕 예선 통과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리디아 고는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CC(파71·6462야드)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노스텍사스슛아웃 대회에서 첫날 4오버파 75타를 쳤다. 지난해 8월 캐나다퍼시픽오픈 때 기록한 76타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스코어다.

◆소나무가 가져간 6타

골프도 리듬을 타는 경기다. 한번 리듬이 끊어지면 경기 전체를 망치기 십상이다. 리디아 고의 경기를 흔들어 놓은 건 14번홀(파4) 뒤편에 있던 높이 10m가량의 소나무였다. 티샷이 왼쪽으로 치우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짧게 끊어친 두 번째 아이언샷이 그린을 맞고 뒤편으로 길게 흘렀다. 이 볼을 높이 띄워 그린에 올리려 했지만 볼은 나뭇가지 세 개가 깔때기처럼 솟아 있는 소나무 잎 뭉터기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이게 언플레이어블로 선언된 뒤 리듬이 엉켰다. 트리플 보기. 이어진 15번홀(파4)에서 아이언으로 친 180야드짜리 세컨드 샷은 물에 빠졌다. 네 번째 샷 끝에 올라온 그린에서 투 퍼트를 해 더블 보기를 적어냈다. 16번홀에서도 보기가 나왔다. 그는 “나무에 볼이 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샷감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무에 걸린 공이 누구의 공인지 확인되면 1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누구의 공인지 확인할 수 없으면 로스트볼(1벌타)로 처리되고, 처음 친 곳에서 공을 다시 쳐야 한다. 언플레이어블은 볼이 있었던 곳 근처에서 공을 떨군 뒤 다시 샷을 하는 만큼 로스트볼과 처리 방식이 다르다.

전반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섰던 리디아 고는 이날 줄리 잉크스터(55·미국), 크리스티 커(38·미국), 시드니 마이클스(28·미국) 등 공동 선두 그룹에 9타 뒤진 공동 117위로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연속 커트 통과 기록도 50회에서 중단될 위기다.

◆“손녀들, 봤지?” … 노장 펄펄

노장들은 펄펄 날았다. 잉크스터는 보기 1개만을 범했고, 커는 버디 7개를 잡은 반면 보기는 2개로 막는 등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냈다.

잉크스터가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그대로 지킬 경우 LPGA 최고령 우승 기록은 바뀌게 된다. 종전 기록은 베스 대니얼(59·미국)이 2003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세운 46세8개월이다. 잉크스터는 2006년 3월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해 생애 통산 메이저 7승, LPGA 31승을 거둔 뒤 10년 가까이 승수를 쌓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들의 7연승을 저지한 커는 올 시즌 2승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 소속인 마이클스는 생애 첫 우승을 노린다.

반면 한국(계) 선수들은 10위권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장하나(23·비씨카드) 이지영(30) 양희영(26) 이미림(25·NH투자증권) 미셸 위(26·나이키골프) 등이 함께 3언더파를 쳐 공동 14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박인비(27·KB금융그룹) 김효주(20·롯데)는 2언더파로 공동 23위, 김세영(22·미래에셋)이 1언더파를 쳐 공동 37위를 기록했다. 본선인 3라운드에는 상위 70등까지만 진출할 수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