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서 29일(현지시간)까지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서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사장(왼쪽 두 번째)이 디지털 기술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밀컨연구소 제공
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서 29일(현지시간)까지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서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사장(왼쪽 두 번째)이 디지털 기술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밀컨연구소 제공
지난 27~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의 큰 주제는 세계에 걸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와 저금리로 인한 글로벌 자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그에 못지않게 첨단 디지털 기술이 미국 대형 금융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로봇이 월가 자산관리·투자자문까지…"
27일 ‘기술이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세션에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디지털화되는 월가의 미래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마이클 웨일 RCS캐피털 CEO는 “첨단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실제 증권사인 찰스슈워브가 로보어드바이징을 통해 자산관리와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비슷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댈리 브로드브리지 파이낸셜솔루션 CEO도 “밀레니얼 세대는 사람보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더 친숙하다”며 “컴퓨터 때문에 투자자문사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프트웨어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주식, 부동산, 채권 등 고객 특성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시겔 투시그마 공동회장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소규모 금융회사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소형 택시회사가 고객 빅데이터를 보유한 우버와 경쟁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과거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동 프로그램 매매로 금융회사의 손실과 시장 혼란이 더 커졌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를 제어했더라면 피해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잡지 ‘퓨전’의 편집장 펠리스 샐먼도 “최근 논란이 된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갑작스런 증시 붕괴) 역시 개인 트레이더가 초단타매매(HFT)를 통해 얼마든지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확인해줬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투자에 주력하는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비스타에쿼티의 로버트 스미스 CEO도 이와 다른 세션에서 “거의 모든 금융 관련 비즈니스 모임에 나가면 항상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비즈니스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실리콘밸리가 모든 사람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대릴 화이트 BMO캐피털마켓 CEO는 “최종 투자 판단은 인간이 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은 효율적이지만 위험요소 관리는 인간의 몫”이라고 말했다.

시겔 회장도 “항공기는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비행 루트도 더 많아졌지만, 이를 지원하는 복잡한 알고리즘과 기술이 있어 더 안전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기술의 진화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