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횡포 우리가 막는다" 공정위, 글로벌 IT공룡 '정조준'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A사무관은 지난 2월부터 한 달 택시비로 30만원 이상을 쓴다. A사무관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에 차출된 이후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30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 기업 조사, 보고서 작성, ICT 세미나 참석, 외부 전문가 회의 등을 소화하고 있다. 지하철, 버스 이용은 언감생심.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학창시절 운동선수였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남다른 공정위 B국장. 그는 석 달 넘게 공정위 체육관 구경을 못했다. 일상 업무에 ICT 전담팀 관련 보고와 회의가 더해져 평일 퇴근 시간은 밤 11시 이후로 늦어졌다.

공정위 ICT 전담팀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퀄컴 오라클 등 ‘글로벌 ICT 공룡’들을 지난 2월부터 정조준 중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ICT 기업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ICT 전담팀원을 다섯 명에서 아홉 명으로 네 명 늘렸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공정위에선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전담팀엔 신영선 사무처장을 필두로 송상민 시장감시국장 등 자타 공인 공정위 에이스들이 모여 있다. ICT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회의도 열고 있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전담팀은 오라클코리아의 ‘제품 끼워팔기’ 영업행위를 포착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특허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퀄컴에 대해선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기업이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보상을 제안하면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동의의결제와 관련해 신 처장은 “퀄컴은 법 위반 여부가 중대하고 명백하기 때문에 동의의결제 대상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공정위는 또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독점사업자에 대한 조사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 뜨거운 이슈는 ICT 분야”라며 “시장의 경쟁질서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