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대학 이사회가 호텔 측 불허로 취소되자 이번엔 초등학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새 총장 선임이 장기 표류 중인 동국대 얘기다.

28일 동국대에 따르면 지난 25일로 예정된 법인 이사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사회에선 보광스님(한태식 교수)의 총장 선임 안건을 다룰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장소로 예약했던 서울 JW메리어트호텔이 이를 불허했다. 이사회를 앞두고 동국대 총학생회와 재단이 각각 집회 신고를 한 게 문제가 됐다. 호텔 측이 고객 안전을 이유로 동국대 재단에 해약을 통보한 것이다.

결국 동국대 법인은 이사회를 당초 일정보다 한 주 연기했다. 다음달 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재단 산하 은석초등학교에서 열린다. 총장 선임 강행에 대한 구성원 반발을 의식해 빚어진 촌극인 셈이다.

더구나 이번 이사회에는 총장 선임 안건과 함께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관련 징계 안건도 올라와 있다. 가능성이 높진 않으나 자칫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선임한 직후 신임 총장에 징계를 내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조계종 종단 개입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4개월 넘게 지났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총장 임기는 만료됐다. 동국대는 지난달부터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타깃도 바뀌었다. 처음엔 종단의 외압 의혹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지금은 홀로 남은 총장 후보인 보광스님 개인의 논문 표절로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총장 선임은 이사회 권한인 만큼 그보다는 학자로서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일 “표절 총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내 릴레이 단식에 돌입한 교수협의회(교협)는 보광스님에게 표절 문제에 대한 공개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앞서 대학 당국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는 보광스님의 일부 논문을 표절로 판정한 바 있다.이와 별개로 토론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다. 교협은 토론회에서 보광스님의 표절 혐의가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총장 선임 반대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교협은 “교수들이 외압 의혹은 풀기 어렵지만 표절 시비 해결엔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보광스님이 표절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해결하거나, 인정하고 사퇴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이 사태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광스님 측은 표절로 결론 내린 연구윤리위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총장 후보를 흠집 내려는 시도란 판단에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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