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해외 통관분쟁 지난해 '사상 최다'
지난해 국내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겪은 통관분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면서 관세장벽은 낮아지고 있지만 품목 분류 문제를 비롯해 원산지 검증,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윤원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장(사진)은 24일 기자와 만나 “FTA 확대에 따라 무역자유도가 높아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 각국의 비관세 장벽도 강화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겪는 통관 분쟁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0년 30건에 불과했던 해외 통관분쟁 건수는 2008년 252건으로 늘었고 2013년 395건에 이어 지난해 사상 최다인 407건을 기록했다. 서 세관장은 “장기화하는 경기불황 속에 한국 수출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자 수입규제 조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FTA가 확대되면서 각국의 원산지 검증도 갈수록 강화되는데 우리 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기업 해외 통관분쟁 지난해 '사상 최다'
서울세관으로 들어오는 수입물품 중 원산지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13년 133건에서 지난해 240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출품목 가운데 원산지를 위반한 건수도 2013년 14건에서 지난해 24건으로 증가했다. 서 세관장은 “첫 FTA가 발효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출기업 중 상당수가 원산지 사후 검증에 대한 물적·인적 자원 부담으로 인해 원산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원산지 검증 이슈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 세관장은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수출기업이 많은 한국에 대한 각국의 비관세장벽 조치는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기업 혼자만의 대응은 불가능하고 세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며 “관세청에서 운영하는 ‘YES FTA차이나센터’와 ‘YES FTA 포털’, 해외주재 관세관 등을 통해 기업들의 통관 애로를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모뉴엘 사건과 비슷한 수출입 거래를 악용한 불법 외환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서 세관장은 “수출입 가격 조작이나 허위신고를 통한 불법 외환사범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신종 외환사범을 단속하기 위해 별도로 7개 팀을 편성해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본부세관장으로 취임한 그는 관세청 내에서 통관, 조사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인천공항세관 조사국장, 부산세관장, 인천공항세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교롭게도 그가 세관장을 맡을 때마다 해당 세관이 관세청 축구대회에서 우승해 관세청 내에서는 ‘윤원 불패’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지난달 서울세관장 취임사에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동호회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세관장은 “세관 업무는 현장에서 긴박하게 이뤄질 때가 많아 직원들의 사기와 자신감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축구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장려하는 것도 직원 간 소통의 기회를 확대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