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송연순 "일할 땐 여성 아닌 호텔리어…30년 내공으로 유리천장 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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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급호텔 첫 여성 총지배인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송연순 씨
영어가 좋아 호텔리어의 길로
“외국인 많다”는 말에 호텔 꿈꿔…대학서 실무 전공한 뒤 사회 첫발
입사 직후부터 유리천장 실감
승진탈락·임신, 女선배 줄퇴사…팀에 홀로 남아 책임자 역할
업무 지침 통째 외워가며 일해…차별 뚫고 총지배인 된 밑거름
성공 비결은 ‘둔승예’ 정신
둔함이 날카로움 이긴다 생각…敵 만들지 말고 항상 배려해야
“퇴근 후엔 그냥 평범한 엄마예요”
“어머, 안녕하세요. 저희 호텔 찾아오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말 반가워요.”
최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에 있는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호텔에서 이 호텔의 총지배인인 송연순 씨(54)를 만났다. 이비스앰배서더의 로고 색깔을 닮은 붉은빛 재킷을 입은 송 총지배인은 기자의 손을 잡으며 마치 오랜만에 친한 지인을 만나는 듯 푸근하게 대했다. ‘국내에서 여성 최초로 특급호텔(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이 됐던 인물’이란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 상상했던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첫인상이었다.
“사실 처음에 저를 보면 많이들 의아해하세요. 호텔업계가 워낙 보수적이고 남성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거기서 여성 임원으로 성공했다 하면 왠지 터프하고 칼에 찔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죠. 그런데 저 호텔 밖에선 그냥 군대 보낸 아들 걱정하는 아줌마예요.”
송 총지배인은 호텔 1층 카페에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텔은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 저와 나눈 인터뷰가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천상 호텔리어다.
호텔리어 입문 계기는 영어 공부
송 총지배인이 호텔업계에 발을 디딘 계기는 뜻밖에도 ‘영어’였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하는 외국영화를 보며 영어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좋아했던 외화는 TV시리즈 ‘초원의 집’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등이었다. “제 고향이 전북 전주거든요. 그때만 해도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어요. 영어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혼자 알파벳을 미리 공부했습니다.”
10대 시절 꿈은 교사였다. 친구들에게 뭔가 가르치거나 어려운 걸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걸 즐겼다. 그는 “아마 호텔리어가 되지 않았다면 영어 선생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된 건 친구로부터 “호텔에 가면 외국인을 잔뜩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제가 영어 배우길 워낙 좋아하는 걸 그 친구도 알고 있었거든요. 호텔에 가면 영어 쓰는 외국인이 가득하니 거기 가면 영어를 실컷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줬죠.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송 총지배인은 그 길로 경희호텔경영전문대(현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해 호텔 실무를 전공했고, 1986년 하얏트리젠시호텔 객실예약과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끊임없이 실감했던 ‘유리천장’
호텔업계에서 ‘유리천장’의 아픔을 실감한 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부서 막내였던 그에겐 위로 3명의 여자 선배가 있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모두 회사를 떠났다. “한 분은 이민을 가셨고, 다른 한 분은 승진이 안 돼 그만두셨어요. 또 한 분은 둘째를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하셨죠. 그때만 해도 둘째아이를 가지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었어요. 지금이라면 상상이 안 되지만 말이죠.”
선배들의 퇴사로 졸지에 부서에 홀로 남게 된 송 총지배인은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해당 부서의 장이 됐다. 그때부터 승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성차별 없이 실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선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객실예약과의 업무 매뉴얼을 통째로 외웠다. 예약을 맡다 보니 재무와 마케팅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매출관리 부문 업무도 틈틈이 익혔다. “기회는 아무때나 오지 않아요. 기회를 잡기 위해선 언제나 시야를 넓게 하고 업무 욕심을 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실력도 키울 수 없고,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근무하는 그였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앞에선 다른 워킹맘과 똑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건축사인 남편과 외아들을 둔 그는 매일 아이를 자신의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했다. “호텔 일은 365일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할 때가 많았죠. 일에 대한 욕심과 엄마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앰배서더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프랑스 아코르그룹에서 총지배인 양성 과정을 밟을 기회가 생겼을 때였다. “아코르그룹 본사에서 ‘한국은 보수적인 나라라 여성이 총지배인을 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나를 총지배인으로 만들면 한국의 우수한 여성 인력을 아코르의 인재로 끌어모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어요.”
총지배인으로 승진할 때도 주위에서 끊임없이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야 했다. “여성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대신 가정을 택할 텐데,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송 총지배인은 그럴 때마다 매우 섭섭했다고 회상했다. “20년 넘게 호텔업계에서 일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오기도 생겼어요. 여성으로서 일한 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일해왔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했죠.”
남편과 아들도 그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든든히 응원했다. “남편은 호텔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요. 아들은 10대 초반 사춘기 때 저에게 불만을 많이 털어놓았어요.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들이 ‘엄마가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해줍니다.”
그는 승진 면접 때 이 같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 나타내며 최고경영진을 설득했다. 그리고 2011년 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호텔업계에서 여성 인재들이 임원급으로 올라오려면 수많은 유리천장을 깨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성공의 비결은 ‘따뜻한 프로정신’
송 총지배인의 다이어리엔 ‘둔승예(鈍勝銳)’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덕승재 둔승예(德勝才 鈍勝銳·덕이 재주를 앞서고, 둔함이 날카로움을 이긴다)’라는 격언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자신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보통 성공을 위해서라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적이 많으면 결국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옵니다. 인내심을 잃지 말고 자신이 맡은 일을 우직하고 꾸준히 해내는 게 진정한 프로의 마음가짐이지요.”
호텔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배려심이란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프런트부터 요리, 청소, 사무 등 어느 업무분야 하나 필요 없는 부서는 없다”고 송 총지배인은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언제나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으로 일할 땐 매달 그달이 생일인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축하 파티를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300명이 넘는 직원의 이름을 외웠다.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총지배인인 지금은 직원 40여명과 매일 만나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 호텔리어 되려면…
영어는 기본, 중국어 필수…섬세한 서비스 감각 갖춰야
호텔리어는 호텔 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호텔에 들어설 때 처음 마주하는 도어맨부터 프런트데스크 직원, 요리사, 객실 청소원 등을 포함해 인사와 재무 등을 담당하는 사무직원까지 호텔업계에 몸담은 근로자 모두가 호텔리어다.
호텔리어 채용 방식은 호텔마다 각기 다르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은 그룹 공채를 통해 뽑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호텔은 인턴 및 경력자 수시 채용 방식을 더 선호한다. 송연순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총지배인은 “막연히 호텔리어가 근사한 직업이라 상상만 했던 사람과 실제 현장을 아는 사람은 천양지차”라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력과 열정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어 실력은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호텔 투숙객의 70~80%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구사 능력 또한 인사담당자들이 눈여겨보는 항목이다.
차분하고 섬세한 서비스 감각도 호텔리어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고객의 불만 제기와 사고 발생, 투숙객 급증 등 불시에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치든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어떤 궂은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인내심도 필수다.
호텔리어 중엔 업무 특성상 호텔 관련 전공자가 많다. 국내엔 경희대와 세종대 등 40여개 대학에 호텔 업무와 연관된 학과가 있다. 호텔 관련 실무 수업과 외국어 회화 지도, 현장 실습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외국인 많다”는 말에 호텔 꿈꿔…대학서 실무 전공한 뒤 사회 첫발
입사 직후부터 유리천장 실감
승진탈락·임신, 女선배 줄퇴사…팀에 홀로 남아 책임자 역할
업무 지침 통째 외워가며 일해…차별 뚫고 총지배인 된 밑거름
성공 비결은 ‘둔승예’ 정신
둔함이 날카로움 이긴다 생각…敵 만들지 말고 항상 배려해야
“퇴근 후엔 그냥 평범한 엄마예요”
“어머, 안녕하세요. 저희 호텔 찾아오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말 반가워요.”
최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에 있는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호텔에서 이 호텔의 총지배인인 송연순 씨(54)를 만났다. 이비스앰배서더의 로고 색깔을 닮은 붉은빛 재킷을 입은 송 총지배인은 기자의 손을 잡으며 마치 오랜만에 친한 지인을 만나는 듯 푸근하게 대했다. ‘국내에서 여성 최초로 특급호텔(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이 됐던 인물’이란 정보를 처음 들었을 때 상상했던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첫인상이었다.
“사실 처음에 저를 보면 많이들 의아해하세요. 호텔업계가 워낙 보수적이고 남성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거기서 여성 임원으로 성공했다 하면 왠지 터프하고 칼에 찔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죠. 그런데 저 호텔 밖에선 그냥 군대 보낸 아들 걱정하는 아줌마예요.”
송 총지배인은 호텔 1층 카페에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텔은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에요. 이곳에서 저와 나눈 인터뷰가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천상 호텔리어다.
호텔리어 입문 계기는 영어 공부
송 총지배인이 호텔업계에 발을 디딘 계기는 뜻밖에도 ‘영어’였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하는 외국영화를 보며 영어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좋아했던 외화는 TV시리즈 ‘초원의 집’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등이었다. “제 고향이 전북 전주거든요. 그때만 해도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어요. 영어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혼자 알파벳을 미리 공부했습니다.”
10대 시절 꿈은 교사였다. 친구들에게 뭔가 가르치거나 어려운 걸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걸 즐겼다. 그는 “아마 호텔리어가 되지 않았다면 영어 선생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된 건 친구로부터 “호텔에 가면 외국인을 잔뜩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제가 영어 배우길 워낙 좋아하는 걸 그 친구도 알고 있었거든요. 호텔에 가면 영어 쓰는 외국인이 가득하니 거기 가면 영어를 실컷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알려줬죠.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송 총지배인은 그 길로 경희호텔경영전문대(현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해 호텔 실무를 전공했고, 1986년 하얏트리젠시호텔 객실예약과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끊임없이 실감했던 ‘유리천장’
호텔업계에서 ‘유리천장’의 아픔을 실감한 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부서 막내였던 그에겐 위로 3명의 여자 선배가 있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모두 회사를 떠났다. “한 분은 이민을 가셨고, 다른 한 분은 승진이 안 돼 그만두셨어요. 또 한 분은 둘째를 임신해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하셨죠. 그때만 해도 둘째아이를 가지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었어요. 지금이라면 상상이 안 되지만 말이죠.”
선배들의 퇴사로 졸지에 부서에 홀로 남게 된 송 총지배인은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해당 부서의 장이 됐다. 그때부터 승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성차별 없이 실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선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객실예약과의 업무 매뉴얼을 통째로 외웠다. 예약을 맡다 보니 재무와 마케팅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매출관리 부문 업무도 틈틈이 익혔다. “기회는 아무때나 오지 않아요. 기회를 잡기 위해선 언제나 시야를 넓게 하고 업무 욕심을 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실력도 키울 수 없고,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근무하는 그였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앞에선 다른 워킹맘과 똑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건축사인 남편과 외아들을 둔 그는 매일 아이를 자신의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했다. “호텔 일은 365일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할 때가 많았죠. 일에 대한 욕심과 엄마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앰배서더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프랑스 아코르그룹에서 총지배인 양성 과정을 밟을 기회가 생겼을 때였다. “아코르그룹 본사에서 ‘한국은 보수적인 나라라 여성이 총지배인을 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나를 총지배인으로 만들면 한국의 우수한 여성 인력을 아코르의 인재로 끌어모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어요.”
총지배인으로 승진할 때도 주위에서 끊임없이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야 했다. “여성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대신 가정을 택할 텐데,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송 총지배인은 그럴 때마다 매우 섭섭했다고 회상했다. “20년 넘게 호텔업계에서 일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오기도 생겼어요. 여성으로서 일한 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일해왔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했죠.”
남편과 아들도 그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든든히 응원했다. “남편은 호텔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요. 아들은 10대 초반 사춘기 때 저에게 불만을 많이 털어놓았어요.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들이 ‘엄마가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해줍니다.”
그는 승진 면접 때 이 같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 나타내며 최고경영진을 설득했다. 그리고 2011년 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호텔업계에서 여성 인재들이 임원급으로 올라오려면 수많은 유리천장을 깨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성공의 비결은 ‘따뜻한 프로정신’
송 총지배인의 다이어리엔 ‘둔승예(鈍勝銳)’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덕승재 둔승예(德勝才 鈍勝銳·덕이 재주를 앞서고, 둔함이 날카로움을 이긴다)’라는 격언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자신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보통 성공을 위해서라면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적이 많으면 결국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옵니다. 인내심을 잃지 말고 자신이 맡은 일을 우직하고 꾸준히 해내는 게 진정한 프로의 마음가짐이지요.”
호텔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배려심이란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프런트부터 요리, 청소, 사무 등 어느 업무분야 하나 필요 없는 부서는 없다”고 송 총지배인은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언제나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총지배인으로 일할 땐 매달 그달이 생일인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축하 파티를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300명이 넘는 직원의 이름을 외웠다.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총지배인인 지금은 직원 40여명과 매일 만나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 호텔리어 되려면…
영어는 기본, 중국어 필수…섬세한 서비스 감각 갖춰야
호텔리어는 호텔 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호텔에 들어설 때 처음 마주하는 도어맨부터 프런트데스크 직원, 요리사, 객실 청소원 등을 포함해 인사와 재무 등을 담당하는 사무직원까지 호텔업계에 몸담은 근로자 모두가 호텔리어다.
호텔리어 채용 방식은 호텔마다 각기 다르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은 그룹 공채를 통해 뽑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호텔은 인턴 및 경력자 수시 채용 방식을 더 선호한다. 송연순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총지배인은 “막연히 호텔리어가 근사한 직업이라 상상만 했던 사람과 실제 현장을 아는 사람은 천양지차”라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력과 열정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어 실력은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호텔 투숙객의 70~80%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구사 능력 또한 인사담당자들이 눈여겨보는 항목이다.
차분하고 섬세한 서비스 감각도 호텔리어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고객의 불만 제기와 사고 발생, 투숙객 급증 등 불시에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치든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어떤 궂은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인내심도 필수다.
호텔리어 중엔 업무 특성상 호텔 관련 전공자가 많다. 국내엔 경희대와 세종대 등 40여개 대학에 호텔 업무와 연관된 학과가 있다. 호텔 관련 실무 수업과 외국어 회화 지도, 현장 실습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