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4분기 연속 0%대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전기보다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작년 2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4%로 2013년 1분기(2.1%)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과 소비 개선세가 약해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국내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의 한 축인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전기 대비)은 0.6%다. 작년 4분기(0.5%) 및 3분기(0.8%)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회복됐지만 절대 수준으로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며 “회복 단계지만 활성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 증가율도 0%로 정체됐다. 한은은 지난 12일 올해 수출 증가율을 기존 3.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전 국장은 “서비스 수출은 늘었지만 자동차와 LCD(액정표시장치)를 중심으로 재화 수출이 줄었다”며 “1분기 수출 실적이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올해 수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수출 부진…7.5% 늘어난 건설투자가 회복세 뒷받침

그나마 건설 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 투자가 증가한 것이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소폭이나마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작년 4분기 7.8% 감소하며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던 건설 투자는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7.5% 증가했다. 초저금리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이 늘며 부동산 거래시장이 꿈틀거리고 있어서다. 1분기 건설업 성장률도 2.5%를 기록,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수입은 전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작년 4분기 증가율보다는 0.2%포인트 낮았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연구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2.6% 늘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성장률에 대해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2분기부터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 전문가들은 1분기 성장률 0.8%에 대해 ‘경기가 회복 중이라고 판단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수출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소비도 살아나는 중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기별 변동성이 큰 건설 투자를 제외한 1분기 성장률을 0.6%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 데 이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분기 성장률이 1.0%에 근접할 때 경제가 성장한다고 볼 수 있는데 0.8%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라며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지만 소비 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팀장은 “2분기 성장률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실상 한 번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