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에어아시아 발굴한 헬만 시토항 CS 아태지역 회장 "한국IB, 먼저 안방 최강이 돼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무턱대고 뉴욕·홍콩 진출하면 글로벌 금융사들 사이서 시달려
한국 제패 뒤 주변 점령 나서야
'금융의 삼성전자' 왜 없냐지만 제조업과 금융업, 성장방식 달라
한국 제패 뒤 주변 점령 나서야
'금융의 삼성전자' 왜 없냐지만 제조업과 금융업, 성장방식 달라
▶마켓인사이트 4월23일 오후 1시51분
“하루아침에 금융분야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나오길 기대하면 안됩니다. 한국 최고 투자은행(IB)에서 동북아 최고의 IB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해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헬만 시토항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태평양 본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IB업계가 가야 할 길을 이같이 제시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UOB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처럼 ‘안방 최강’이 된 후 주변 지역으로 거점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KB금융지주 같은 대형 금융그룹이 한국 시장을 제패한 뒤 이 과정에서 키운 경쟁력을 토대로 전략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주변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턱대고 뉴욕과 홍콩 같은 금융 중심지로 진출해 전 세계 대형 금융사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리기보다 차근차근 성장하다 보면 도약의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과 현대차가 워낙 빨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다 보니 ‘금융 부문에선 왜 글로벌 회사가 나오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지만 제조업과 금융업은 성장 방식이 다르다”며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도 글로벌 IB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고, 인도 같은 인구 대국도 금융허브 건설에 애를 먹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시토항 회장은 IB업계의 변방인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비행기가 단 두 대였던 에어아시아에 처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로 키워낸 투자은행가로 유명하다. 말단 직원 시절은 인도네시아에서, 고위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금융 변방과 아시아 금융허브를 모두 경험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한국에 IB 육성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가는 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토항 회장은 “동남아시아 한가운데 자리한 싱가포르와 그레이터 차이나(중국 대만 홍콩)의 중심인 홍콩에 비해 서울은 입지 조건부터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육성 의지까지 더해져 30~40년간 금융허브 입지를 다진 싱가포르 홍콩을 단숨에 따라잡긴 힘들다”며 “서울은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보다 국내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하루아침에 금융분야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나오길 기대하면 안됩니다. 한국 최고 투자은행(IB)에서 동북아 최고의 IB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해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헬만 시토항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태평양 본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IB업계가 가야 할 길을 이같이 제시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UOB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처럼 ‘안방 최강’이 된 후 주변 지역으로 거점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KB금융지주 같은 대형 금융그룹이 한국 시장을 제패한 뒤 이 과정에서 키운 경쟁력을 토대로 전략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주변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턱대고 뉴욕과 홍콩 같은 금융 중심지로 진출해 전 세계 대형 금융사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리기보다 차근차근 성장하다 보면 도약의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과 현대차가 워낙 빨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다 보니 ‘금융 부문에선 왜 글로벌 회사가 나오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지만 제조업과 금융업은 성장 방식이 다르다”며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도 글로벌 IB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고, 인도 같은 인구 대국도 금융허브 건설에 애를 먹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시토항 회장은 IB업계의 변방인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비행기가 단 두 대였던 에어아시아에 처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로 키워낸 투자은행가로 유명하다. 말단 직원 시절은 인도네시아에서, 고위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금융 변방과 아시아 금융허브를 모두 경험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한국에 IB 육성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가는 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토항 회장은 “동남아시아 한가운데 자리한 싱가포르와 그레이터 차이나(중국 대만 홍콩)의 중심인 홍콩에 비해 서울은 입지 조건부터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육성 의지까지 더해져 30~40년간 금융허브 입지를 다진 싱가포르 홍콩을 단숨에 따라잡긴 힘들다”며 “서울은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보다 국내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