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섬뜩한 여두목 변신 "오아시스 같은 연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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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 '차이나타운'에서 대모역 맡은 김혜수
"대본 보고 걱정했지만 촬영 시작하니 힘 솟구쳐"
"대본 보고 걱정했지만 촬영 시작하니 힘 솟구쳐"
영화와 TV를 오가며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45)가 내년에 연기 데뷔 30년을 맞는다. 풋풋한 신인에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우뚝 선 그는 한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최근 출연한 작품만 봐도 그렇다. 영화 ‘도둑들’에선 노련한 금고털이, ‘관상’에선 고혹적이고 야심 찬 기생, 드라마 ‘직장의 신’에선 100점짜리 사원 미스 김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에서 김혜수는 무자비한 범죄 조직의 대모 ‘엄마’로 나온다. 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여성 누아르인 이 영화는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가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범죄조직에 팔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비정하게 그렸다. 2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가 뒷골목을 배경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그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각자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요받을 때가 많잖아요. 일상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나는 과연 쓸모가 있나’ ‘쓸모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엄마’는 고리대금업, 장기 밀매 등 돈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거리낌 없이 하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해칠 때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다.
“출연 제의를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시나리오는 좋았지만 인간답지 않은 방법을 쓰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합류하고 나서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렵겠다’는 말을 꺼낼까 망설이기도 했죠.”
영화는 절박한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남성 중심의 누아르 영화와는 다르게 두 여성인 ‘엄마’와 일영(김고은 분)이 극을 이끈다. 하지만 펑퍼짐한 몸매에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를 손질하지 않은 채로 놔두는 ‘엄마’의 모습에서 여성성은 찾을 수 없다. 그동안 김혜수가 영화 ‘타짜’ 등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악녀 역할과는 확실히 다르다.
“성별을 아예 배제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구든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세계니까요. ‘엄마’는 폭력과 싸움으로 점철된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물이죠. 지치고 방치된 인상을 보이기 위해 옷 속에 보형물을 집어넣고, 화장도 안 했어요.”
이 때문에 ‘엄마’는 고목처럼 겉으론 강건해 보이지만 속이 피폐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여배우로서는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지만 그는 “오히려 제대로 된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분장을 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한 비결을 많이 물으시는데, 특별한 건 없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엄마’도 사실은 매번 순간순간에 충실했는데 지나고 보니 조직의 대모가 돼 있던 것일지도 모르고요. 아쉬운 평가를 받을 때는 마음이 쓰이지만 받아들여야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입니다.”
또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는 “당분간 엄마보다 더 강렬한 캐릭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솔직히 저는 이름(유명세)이 실체(실력)보다 앞선 배우 같아요. 하지만 매 순간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해 왔죠. 그래서 관객이 아직까지 저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아닐까 싶어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에서 김혜수는 무자비한 범죄 조직의 대모 ‘엄마’로 나온다. 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여성 누아르인 이 영화는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가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범죄조직에 팔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비정하게 그렸다. 2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가 뒷골목을 배경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그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각자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요받을 때가 많잖아요. 일상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나는 과연 쓸모가 있나’ ‘쓸모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엄마’는 고리대금업, 장기 밀매 등 돈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거리낌 없이 하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해칠 때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다.
“출연 제의를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시나리오는 좋았지만 인간답지 않은 방법을 쓰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합류하고 나서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렵겠다’는 말을 꺼낼까 망설이기도 했죠.”
영화는 절박한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남성 중심의 누아르 영화와는 다르게 두 여성인 ‘엄마’와 일영(김고은 분)이 극을 이끈다. 하지만 펑퍼짐한 몸매에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를 손질하지 않은 채로 놔두는 ‘엄마’의 모습에서 여성성은 찾을 수 없다. 그동안 김혜수가 영화 ‘타짜’ 등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악녀 역할과는 확실히 다르다.
“성별을 아예 배제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구든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세계니까요. ‘엄마’는 폭력과 싸움으로 점철된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물이죠. 지치고 방치된 인상을 보이기 위해 옷 속에 보형물을 집어넣고, 화장도 안 했어요.”
이 때문에 ‘엄마’는 고목처럼 겉으론 강건해 보이지만 속이 피폐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여배우로서는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지만 그는 “오히려 제대로 된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분장을 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한 비결을 많이 물으시는데, 특별한 건 없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엄마’도 사실은 매번 순간순간에 충실했는데 지나고 보니 조직의 대모가 돼 있던 것일지도 모르고요. 아쉬운 평가를 받을 때는 마음이 쓰이지만 받아들여야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입니다.”
또 어떤 연기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는 “당분간 엄마보다 더 강렬한 캐릭터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솔직히 저는 이름(유명세)이 실체(실력)보다 앞선 배우 같아요. 하지만 매 순간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해 왔죠. 그래서 관객이 아직까지 저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아닐까 싶어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