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삼성과 닮았네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은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뒤 첫 분기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3691억원, 영업이익은 24% 증가한 278억원이었다.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3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매출 1400억원으로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 관련 회의에서 아무도 ‘신기록’을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오갔다. 이유를 물으면 경영진은 모두 비슷한 대답을 했다. “앞으로 10조원, 20조원 나아가 100조원대 회사를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한샘을 ‘가구업계의 삼성전자’로 부른다. 2위 업체(현대리바트)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많을 정도로 ‘독보적 1위’라는 점에서 붙여진 것이지만 실제 과거 삼성전자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한샘, 삼성과 닮았네
우선 경영방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출근하지 않고 주로 별도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일했다. 과거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세상의 큰 흐름을 보고 삼성이 갈 길을 제시했다. 한샘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사진)도 본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디자인센터에서 일한다.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조 회장은 이곳에서 한샘의 미래를 고민하고, 필요할 때마다 큰 그림을 제시한다.

최근 한샘은 미국 뉴욕으로 모든 임원과 주요 팀장들을 불러모았다. 전략회의였다. 글로벌업체들을 보고 한샘의 약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이 회의는 1993년 삼성 신경영의 출발을 연상시킨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알려졌지만 첫 번째 회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이 회장은 사장단과 주요 임원을 불러 삼성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개혁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미래를 얘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 회장은 당시 “모든 제품이 세계 1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 회장은 자본금 200만원으로 아궁이를 개조해 신식 부엌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세계적 주방가구 회사’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최근 한샘의 미래에 대해 “한샘은 도시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도시를 개발하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개발은 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연구재단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두 회사 모두 벤치마킹을 중시하는 것도 닮았다. 삼성전자를 상징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의 핵심은 벤치마킹이다. 삼성은 소니 등 전자업체뿐 아니라 P&G 등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한샘은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를 벤치마킹했다. 이번 뉴욕 전략회의에서도 미국의 대표적인 가구업체와 건자재 업체들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파격적 인센티브 시스템, 협력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 새벽까지 회의하며 품질을 논하는 품질 중시도 과거 삼성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한샘은 삼성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