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호한 상황 속에서 소위 ‘스펙쌓기’에 몰입할 수 밖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더욱이, 최근 과열된 ‘스펙쌓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다수의 기업이 채용 전형의 중심을 ‘직무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스펙’을 요구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이와 같은 난감함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 지, 어떻게 써야 할 지 잘 모르겠고 쓰다 보면 어느새 과장된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채용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나눠보고자 한다.
진짜 ‘스펙’은 희망직무와 내 역량간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취업을 희망하는 업종과 기업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취업 준비생들은 해당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떠한 업무적인 책임과 임무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겠으나 정보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보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신입 사원 채용 전형에서 주목을 받는 지원자를 관찰하여 보면 수행하고자 하는 업종, 기업, 직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한 후 나의 역량, 학업 및 경험이 어떠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구조화하여 면접위원들에게 설명하여 스스로가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직무역량’이 있는 지원자임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지원자들이었다.
일례로, 경영학과에 재학 중으로 ‘재무회계’ 직무에 지원한 여러 지원자 중 단연 직무역량이 돋보였던 지원자는 최근 수 년치의 재무현황 및 주요 재무제표를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경영정보, 재무정보, 주가 정보, 주주 현황 등의 객관적인 자료와 전공 수업의 내용을 연계하여 잘 설명할 수 있었던 학생이었다.
영업/마케팅 직무에 지원한 한 지원자는 제품군, 시장점유율, 제품의 특장점 및 보완점, 업계의 동향 등을 회사의 홈페이지, 증권사의 업계 동향 분석 레포트, 전문 시장 조사 기관 자료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하였고, 자사 제품 사용 경험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고도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막연하게 ‘열심히 할 수 있다.’, ‘최고의 인재가 되겠다.’라고 신입 사원으로서의 패기와 열정을 강조하는 후보자와 수행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역량과 경험과의 연계성을 잘 피력하는 지원자 중 누가 면접위원에게 보다 돋보일지는 명확하다.
선발전형은 지원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
선발전형은 지원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축적해온 다양한 역량이 회사에서 수행할 업무와 어떠한 인과적 연관성을 갖는지를 알아보고, 지원자의 가치관과 태도가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여 향후 탁월한 직무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 이다.
자기소개서 전형이건, 면접 전형이건 할 것 없이 과거와 현재의 지원자 행동과 경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를 통하여 미래에 지원자가 보일 직무 수행 방식과 업무 태도를 가늠하기 위해서이다.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하여 많은 기업은 다양한 선발 전형 만들어 왔고, 다듬어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선발전형에 임함에 있어서 탁월한 업무 성과와 인과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개인의 행동이나 경험을 피력하기 보다는, 과거의 단편적인 경험을 일대기적으로 나열하거나, 수행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스펙’을 강조하거나, 모호하고 피상적인 미사여구로 과장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게 여겨진다.
예를 들어, 영업/마케팅 직군을 지원하는 지원자가 학업을 병행하며 판촉활동 아르바이트를 수행한 경험을 ‘성실함’ 혹은 ‘사회경험’의 사례로 활용하는 것 도 좋겠으나, 보다 상세하게 판촉활동의 수행의 목적, 방법, 수행 중 봉착한 난관과 문제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결과와 노력, 수행 결과와 이를 통해 느낀 점들로 활동의 성과와 함께 스스로 느꼈던 자신의 장/단점과 보완 필요 사항까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가감 없이 기록하여 보는 것을 어떨까?
선발전형은 설득의 과정이다.
선발전형을 입사지원자 입장에서 본다면 일종의 ‘설득’이다. 입사 지원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어 미래에 탁월한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과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이므로 회사가 자신을 채용하여야 한다는 ‘설득’을 하는 자리이다. 현업에서 수 십년동안 해당 직무를 경험한 노련한 전문가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 일이 하고 싶은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 왔는가?’ 이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자신을 먼저 설득시킬 수 있어야겠다.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선발전형은 수 많은 지원자 중 제한된 시간과 정보를 통해 회사의 미래 동량을 선발해야 하는 엄정한 과정인 관계로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가급적 간결하고 명료할수록 도움이 된다. 면접위원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중언부언하는 지원자보다는 명쾌하게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나타내는 지원자가 돋보이며, 장황하게 쓴 자기소개서 보다는 신문의 헤드라인과 주제문과 같이 짧고 간결하게 결론이 앞서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로 상세히 제시되는 두괄식 전개가 면접위원에게 지원자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승수 < LG디스플레이 인재확보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