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와 SK(주)의 합병 소식에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주들이 들썩였다. 지난해 삼성SDS, 제일모직 상장 전후로 크게 뛴 지배구조 관련주들은 올 들어 변동성이 크고 고평가됐다는 지적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 결국엔 2, 3세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주요 그룹 지배구조 개편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주 다시 달아오른다
SK케미칼·제일모직 등 들썩

SK케미칼은 20일 2.7% 오른 7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만 18.75% 상승했다. SK케미칼은 SK그룹 내 또 다른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으로 꼽힌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최대주주(지분율 13.17%)다. SK케미칼은 SK가스(45.5%), SK신텍(100%), 유비케어(44%)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 부회장이 31.3%를 가진 부동산 개발회사 SK D&D도 올해 상장 예정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고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며 “계열사 간 지배구조 단순화, 신사업 육성과 공격적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삼성SDS도 이날 각각 3.24%, 1.49% 올랐다. 지난해 상장 직후 급등했다 올 들어서는 횡보하던 두 종목 주가에 이날 SK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소식이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23.3%)인 현대글로비스도 이날 3.04% 올랐다. 지난 2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한 이후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후계구도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13.5%씩 갖고 있는 롯데쇼핑이 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핵심주로 꼽힌다. 롯데쇼핑 주가는 이날 1.31% 상승했다.

○한화S&C 등 비상장사도 주목

비상장사의 기업공개가 경영 승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2, 3세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로도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S&C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실장(50%), 차남 동원(25%), 삼남 동선(25%)씨가 이 회사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 아들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해 경영 승계와 관련한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그룹에서는 조현아, 원태, 현민 남매가 지분을 보유한 유니컨버스, 싸이버스카이 등이 관심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장을 통해 오너는 일부 지분을 현금화해 주력 계열사 지분 확보에 실탄으로 쓸 수 있는 만큼 3세 소유 회사의 상장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한판토스는 올 1월 LG상사가 인수할 당시 LG그룹 후계자로 알려진 구광모 LG 상무가 지분 인수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LG상사가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인수하는 동시에 구 상무를 비롯한 LG가(家) 우호주주들이 범한판토스 지분 31.1%를 추가 매입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구광모 상무 등 LG그룹 승계구도와 관련된 주요 주주가 포함돼 범한판토스의 실질적인 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