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의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노순택의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현실을 그대로 찍어 기록하는 것일까.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전시회 ‘거짓말의 거짓말:사진에 관하여’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국 현대사진의 대표 작가인 황규태와 구본창, 지난해 사진작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노순택 등 사진작가 18명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의 구도나 각도,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입구 쪽에 걸린 구본창의 연작 다섯 점이 그렇다. 색색의 피사체가 하얀 배경 위에 크게 확대돼 있다. 마치 보석 원석이나 사탕처럼 보이지만 실은 비누를 촬영한 것이다. 일상적인 소재지만 독특한 앵글을 통해 생경한 느낌을 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사진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박진영의 ‘야구 글러브’는 바닥에 놓인 헌 야구장갑 열두 짝을 보여준다.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찍은 직설적인 사진이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버려진 장소에서 찍은 것임을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 배경이 사진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원성원과 백승우 등은 각각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 여러장을 가지고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꾸몄다. 백승우는 미국 전역을 돌며 구입한 5만여장의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내 60여장을 고르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진이 담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함께 써내게 했다. 작품 중 파르테논 신전을 찍은 사진 옆에는 한 여행객이 가방을 잃어버린 사연이 적혀있다. 실제로는 누가 왜 찍었을 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의미를 붙인 것이다. 원성원은 자신과 남편의 방 등 여러 곳에서 찍은 수백장의 사진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엮어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재료인 사진들은 각각 실제 풍경을 기록했지만 전체 작품은 가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백승우 작가는 "사진작가의 역할이 '사실 전달'에서 이미지를 편집·재배열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다변화됐다"며 "현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21일까지. (02) 379-3994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