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대권 도전은 두 번째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정치 신예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해 대통령 선거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는 ‘재수(再修)’ ‘삼수(三修)’에 성공한 이들이 적지 않다. 로널드 레이건은 세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이 됐다. 196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졌다. 주지사를 마친 직후 1976년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공화당)를 상대로 경선을 벌였지만 또 실패했다. 하지만 4년 후 공화당 후보로 지명돼 현직이던 지미 카터 대통령을 눌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미국 경제가 1990년대부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터게이트’로 중도 사퇴한 닉슨의 대권 도전도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뒤 1960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본선에서 존 F 케네디에게 졌다. 2년 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절치부심 끝에 196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돼 민주당의 H 험프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역시 패배한 경험이 있다. 1920년 대선에서 제임스 콕스 대통령 후보(민주당)의 러닝메이트(부통령)로 나섰으나 졌다. 이듬해 다리에 소아마비 증세가 나타나 정계를 떠났지만 재활치료를 거쳐 정계에 복귀해 뉴욕 주지사를 거쳐 1932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 지명됐다. 그는 뉴딜정책을 제창하면서 당시 대공황으로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