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 증시] 중국 증시 규제에 그리스 불안까지…'글로벌 랠리' 발목 잡나
중국 증시의 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중국 금융당국 조치가 글로벌 증시의 악재로 부각됐다. 지난 17일 상하이증시 마감 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가 그림자 금융을 통한 신용거래를 금지하고, 차입 공매도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주가지수 선물은 6%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 반응에 놀란 중국 당국은 주말인 18일 기자와의 질의응답 형태로 자료를 만들어 “시장을 억누르려는 조치라는 해석은 오해”라고 이례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신용 통한 주식매입 규제

전문가들은 지난 1월 중순 중국 당국의 신용거래 제한조치로 상하이증시가 하루 만에 7.7% 급락한 악몽이 이번 조치 발표 이후 처음 증시가 열리는 20일에 재연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7일 싱가포르 증시에서 FTSE A50지수선물은 5.97% 급락했다. 중국 A주 시가총액의 33%를 차지하는 시총 상위 50개사로 이뤄진 이 지수선물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시장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로 통해 왔다. 이 지수가 급락한 것은 이번 신용거래 대책에 대해 시장이 증시과열 진정을 위한 금융 당국의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상하이증시는 올 들어 33% 급등했다.
[요동치는 글로벌 증시] 중국 증시 규제에 그리스 불안까지…'글로벌 랠리' 발목 잡나
중국의 신용거래 대책은 증권사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는 규제를 강화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공매도 규제는 완화하는 게 골자다. 신용을 통한 주식 매입은 줄어들고, 신용을 통한 주식 매도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림자 금융의 하나인 엄브렐러 트러스트(umbrella trust)를 통한 신용융자 금지를 명시했다. 엄브렐러 트러스트는 높은 레버리지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줘 투자하도록 하는 상품으로 지난 1월 초 중국 당국이 규제조치를 취했지만 증시 급등세를 타고 가입자가 계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공매도에 대해서는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기관을 증권사에서 자산운용사로 확대하고, 공매도 기한과 수수료율 등을 고객과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덩거 증감위 대변인은 “신용융자는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차입공매도는 발전이 더딘 때문”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상하이증시에서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6903억위안에서 지난 17일 1조1491억위안으로 66.5% 급증한 반면 차입공매도 잔액은 62억위안에서 60억위안으로 되레 줄었다. 신용을 통한 증시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 장세 쉽게 꺾이지 않을 것”

중국 당국은 신용거래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은 당국의 과열제동으로 해석했다. 16일 상하이50지수선물 등의 상장 행사에 참석한 샤오강 증감회 주석(장관)이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이성을 갖고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주식을) 잘못 사더라도 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 맹목적인 투자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의 연장선으로 본 것이다. 인민일보가 최근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과도한 상승이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 증시는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했다기보다 유동성 장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하이증시가 53% 상승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7.4%로 24년 만의 최저치로 둔화됐다. 올 1분기 성장률도 6년 만의 최저치(7.0%)로 밀린 상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위축에 따른 추가유동성 공급이 예상돼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쉽게 꺾일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증시과열 억제에 나서기 시작했음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엄브렐러 트러스트

umbrella trust. 하나의 우산(신탁상품) 아래 여러 독립된 투자상품이 있어 투자자들이 각자의 리스크 선호도에 따라 이들 상품 중 하나를 고르거나 조합해서 투자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상품. 중국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이 상품 가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