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만나는 갤러리
주방용품업체들이 요즘 ‘아트’에 빠졌다. 화가나 디자이너와 협업해 주방용품에 다채로운 작품과 무늬를 그려넣는다. 주방이 단순히 요리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감성과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를 통해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주방용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약수터용 물통과 고무장갑으로 유명한 코멕스산업은 최근 밀폐용기와 물병에 디자이너의 작품을 입혔다. 제품 이름도 ‘갤러리 시리즈’다. 스페인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모니카는 화사한 색상을 붓터치 기법으로 표현했다. 미국의 아트 프린트 디자이너 베스 톰슨은 회색 바탕 위에 민속풍의 기하학 패턴을 그렸다. 김지연 코멕스산업 마케팅팀 대리는 “신제품 개념은 ‘주방에서 만나는 갤러리’”라며 “기존의 단순하고 밋밋한 밀폐용기 등에 예쁜 디자인을 더해 주방을 ‘더 오래 있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의 자회사 한국도자기리빙도 세계적인 거장들의 명화를 담은 제품들을 내놓았다. 미국 필립스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 빈센트 반고흐의 ‘오베르의 집’, 릴리안 웨스트콧 헤일의 ‘가정교습’이 식기, 냄비 받침 등에 옮겨진 것.

도자기업체 젠한국도 최근 스웨덴의 유명 삽화가인 샌드라 아이작슨과 손잡고 북유럽 분위기를 풍기는 제품들을 ‘브런치 세트’로 구성해 출시했다. 이 제품들엔 전사지를 유약 밑에 넣고 고온에서 굽는 ‘언더 그레이즈’ 기법을 처음 적용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