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성완종 녹취록, 檢 넘어간 이상 공적물"…경향 "법적 대응"
JTBC '성완종 녹취록' 무단 방송 논란
경향신문 "유족이 육성 공개 반대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을 두고 JTBC와 경향신문이 마찰을 빚고 있다.

JTBC는 성완종 전 회장이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의 녹음파일을 지난 15일 '뉴스룸'에서 방송했다.

하지만 정작 경향신문은 고인과 유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공하는 것에만 동의했을 뿐 언론 공개는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의 유지를 따라 인터뷰 전문을 16일자 지면에 실었다.

경향신문은 "JTBC가 방송에 앞서 유족과 경향신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JTBC를 강력 질타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JTBC는 경향신문이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날 저녁 8시 '뉴스룸'을 시작하면서 "성완종 육성 인터뷰 내용을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해 그 대부분을 방송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녹음파일은 밤 9시 '뉴스룸' 2부 방송 때 공개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장남 승훈 씨는 JTBC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박래용 편집국장도 JTBC 오병상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족들이 녹음파일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영 중단을 요구했다. 박 국장은 또 "경향신문 기자가 인터뷰한 녹음파일을 아무런 동의 없이 무단 방송하는 것은 타 언론사의 취재일지를 훔쳐 보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언론윤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오 국장은 "지금 방송 중단은 어렵다"며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JTBC는 "이 보도가 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 '뉴스룸' 앵커는 16일 밤 뉴스 진행 클로징 멘트에서 "보도책임자로서 어제(15일) 성완종 씨 녹음 파일이 논란 대상이 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라며 "이 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손석희 앵커는 "이 파일이 검찰에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했다"며 "경향신문에서 글자로 전문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육성의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JTBC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경향신문이 검찰에 제출할 당시 보안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자처했던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모 씨가 검찰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JTBC 측에 '경향신문 보도 후에 활용하라'며 녹음파일을 넘겨줬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측은 16일자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는 명백한 언론윤리 위반"이라면서 JTBC와 녹음 파일을 무단으로 유출해 JTBC 측에 넘겨준 김 씨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