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노트', 천재 고교생 '조용한 광기'…일본 무력감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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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로잡은 구리야마 연출 뮤지컬 '데스 노트'
원작 만화 감성 잘 살려내…닛세이극장 1200석 만석
한국어 버전 6월 공연…'흥행 보증' 김준수 등 출연
원작 만화 감성 잘 살려내…닛세이극장 1200석 만석
한국어 버전 6월 공연…'흥행 보증' 김준수 등 출연
만화 ‘데스 노트(death note)’의 캐릭터들이 무대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닛세이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데스 노트’에서다. 극은 만화의 캐릭터와 감성을 그대로 살려낸다. 도시 곳곳의 황폐한 모습을 전면 배경 영상으로 표현해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작은 2003년부터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에 연재돼 세계적으로 3000만부 이상 발행된 히트작이다.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았다.
‘지킬 앤 하이드’로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친숙한 ‘와일드혼 사단’(잭 머피·아이번 멘텔 작사·대본,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이 이 작품을 뮤지컬로 창작했고, 일본 공연계 거장 구리야마 다미야가 연출을 맡아 지난 6일부터 세계 초연 중이다.
이름을 쓰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데스 노트를 둘러싼 이야기다. 우연히 데스 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인간의 왜곡된 정의감에서 비극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극의 전개가 비슷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두고 라이토와 엘이 벌이는 팽팽한 심리전은 지킬과 하이드의 내적 대결구도를 보는 듯했다. 와일드혼풍의 노래 ‘정의는 어디에’와 째깍째깍하는 시계 초침소리를 통해 조여 오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사신 류크를 원작과 다르게 희화화했다. 류크는 라이토의 여자친구 미사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끼어들기도 하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는 결말에서 사신의 잔인함을 더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2막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라이토와 엘의 대결 장면은 다소 지루했다. 두 사람이 테니스 대결에서 주고받은 노래에선 스매싱을 날리는 주인공들의 동작에 비해 ‘한 방’이 없었다.
류크의 마지막 대사에서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마치 신이 된 양 사람을 마구 죽이더니, 결국 마지막엔… 너무나 인간답게 처참히 뒈지는군. 아무것도 안 남아, 아무 의미도 없고. 정말, 이런 게 제일 재미없단 말야.”
연출가 구리야마는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의 ‘조용한 광기’는 경제성장 뒤 일본인이 느낀 무력감과 닮았다”며 “‘묻지마 범죄’ 등 부조리한 범죄가 넘쳐나는 시대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과 달리 라이토와 엘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두 사람 모두 허무하게 죽는 것이 보다 큰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일본 공연에 이어 오는 6월20일부터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어로 공연한다. 한국어 버전은 JYJ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공연기획사 씨제스컬쳐가 처음으로 제작하는 뮤지컬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약 중인 홍광호가 라이토 역으로 1년6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고,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인 김준수가 엘 역을 맡는다.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도 출연한다. 한 역을 한 배우가 계속 맡는 원캐스팅으로 8월9일까지 공연한다.
한국 공연도 구리야마가 연출한다. 그는 “한국판은 일본판과는 다를 것”이라며 “연습실이라는 실험실에서 만난 배우와 같이 부딪치면서 인간 심리를 끌어내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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