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LG전자의 위상은 끄떡없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1분기 TV사업에서 나란히 적자를 냈다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신흥시장에서 환율 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점이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TV사업을 책임지는 영상디지털(VD)사업부는 실적 부진으로 17년 만에 처음 그룹 경영진단(감사)을 받고 있다.
○외화내빈 TV 시장

한국 TV 업체들은 중국 일본 업체에 비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TV시장 점유율(스마트TV 매출 기준)은 삼성전자가 28.2%로 1위, LG전자가 15.2%로 2위였다. 이어 일본 소니 7.6%, 중국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가 각각 6.7%였다. 지난해 TV 매출도 한·중·일 3국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세운 한국만 유일하게 늘었다.

올해도 시장점유율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은 신통치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TV사업에서 1333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4090억원 흑자 추산)보다 5000억원 넘게 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 TV부문에 대해 경영진단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에 올랐지만, 원가 구조나 경영 체질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대투증권도 LG전자의 올 1분기 TV부문 영업이익을 246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지난해 1~3분기 분기당 1000억~2000억원대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17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1분기 적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부진을 TV가 메웠다는 점에서 TV사업 침체가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외부 악재 탓에 실적 악화

삼성전자와 LG전자 TV부문의 올 1분기 실적 부진은 내부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 외부 악재 탓이 크다. 우선 환율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럽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지역 TV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인 패널 가격이 비수기인 1분기에도 예상 밖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TV시장의 정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세계 TV 출하량은 2012~2014년 연간 2억3000만대 수준이었다. 올해도 작년보다 3%가량 늘어난 2억4000만대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 TV 매출은 2012년(1110억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망치는 1020억달러 선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소니 등 일본 업체들도 엔저(低) 효과를 등에 업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TV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