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한국, 고교생 60% 과학 포기…미국·영국선 '모두를 위한 과학교육'
“설탕이 물에 녹는 것이 화학 변화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수도권 지역 2개 고등학교 학생 219명을 대상으로 과학 소양을 조사했다. 초· 중학교 교과과정에 나오는 기초 이론을 객관식 문제로 만들어 조사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에서 고등학생 3명 중 2명은 설탕이 물에 녹는 게 화학 변화라고 답했다.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지 않으면 단순 물리변화인데 이를 화학변화와 구분하지 못했다. 여름이 더운 이유에 대해서도 응답자 60%가 ‘지구가 태양과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틀린 답을 선택했다. 여름이 더운 이유는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다. 조사를 함께 진행한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몇 가지 문제만으로 전체 과학 소양을 평가하긴 힘들다”면서도 “전체 고교생의 60%에 해당하는 인문·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과학 시험을 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과학을 멀리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주요 선진국은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 대한 소양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의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 정책이 대표 사례다. 피상적인 개념 이해 대신 실험과 실습을 많이 하면서, 일상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과학 현상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준희 서울대 사범대 부학장은 “과학 교육이 이공계로 진학할 특별한 학생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이 부족하면 잘못된 정보가 들불처럼 번져 큰 사회문제화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홍역이 확산된 건 ‘어린아이가 예방접종을 하면 자폐증에 걸릴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부모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콜라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설탕 대신 들어가는 아스파탐이 몸에 해롭다는 잘못된 정보 탓이었다.

■ 특별취재팀 김태훈 IT과학부 차장(팀장), 임기훈·오형주(지식사회부), 강현우(산업부), 임근호(국제부), 박병종(IT과학부) 기자

박병종/임근호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