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적자 낸 한경희생활과학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해 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 낸 적자다. 매출은 633억원으로 전년(656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6년 만에 적자 낸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사장은 14일 “미국에 투자한 것이 상당 부분 대손상각 처리되는 등 회계처리를 엄격하게 해 생긴 적자”라고 말했다. 제품은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소 다르다. 제품 가짓수를 너무 늘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약해진 점을 실적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판단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01년 스팀청소기를 국내에 처음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1000만대 넘는 스팀청소기를 판매했다. 이후 스팀다리미, 음식물처리기, 식품건조기, 전기그릴, 죽 제조기 등 우후죽순으로 제품을 늘렸다. 자세교정 책상과 의자까지 팔았다.

이 과정에서 정작 캐시카우였던 스팀청소기의 경쟁력은 뒤로 밀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독일의 카처, 이탈리아 몬스터 등 다국적 기업까지 스팀청소기를 내놔 시장 경쟁도 심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연관성이 떨어지는 다각화를 하다 보니 기업 역량이 너무 분산됐다”고 지적했다. 스팀청소기의 완성도를 더 높여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처럼 한 분야에 전문화된 기업으로 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 사장은 그러나 다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을 청소해주는 ‘한경희 홈케어’ 서비스를 15일부터 시작한다. 제조 영역이 아닌, 서비스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다. 오는 6월께 캡슐 커피와 비슷한 콘셉트의 캡슐 탄산음료 제조기도 내놓는다. 그는 “올해 신제품을 앞세워 반드시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