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10년 공들인 CSP제철소 '물거품' 우려
동국제강이 10년 넘게 공들인 브라질 CSP 고로제철소 건설 사업이 검찰 수사 악재를 만나면서 삐걱대고 있다. 당초 54억달러의 투자금 가운데 30억달러를 국내외 은행에서 장기 차입 형태로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달 초 국내외 은행과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금융권에서 계약 지연 의사를 밝혔다”며 “계약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대주단은 브라질경제사회개발은행(BNDES) 한국수출입은행 등이다. 회사 측은 지난 3일 지분 30%에 해당하는 9억576만달러에 대한 채무보증 공시도 완료했으나 최종 서명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재검토를 요청하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지분 30%)과 포스코(20%)가 브라질 발레(50%)와 손잡고 북동부 세아라주 페생산업단지에 건설하는 연산 300만t급 고로제철소다. 자본금 24억3000만달러(약 2조6343억원)를 포함해 54억6000만달러를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05년 동국제강이 세아라주정부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여러 차례 부침을 거듭했지만 2010년 포스코가 20%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공정률은 80%로 오는 12월 고로에 불을 집어넣는 화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 재무구조 악화, 신용등급 하락, 철강업황 부진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동국제강은 CSP제철소 건설을 실적 개선의 마지막 돌파구로 삼았다.

이 제철소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들어가면 원료 비용 절감 등으로 연 1000억원 이상의 수익 개선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차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하다.

CSP제철소 사업은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때부터 지우마 호세프 정권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CSP제철소 건설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과 브라질 협력업체는 30곳에 달한다”며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에게 돌아올 피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