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이달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전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지역 간 형평이 어긋나거나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겹치면 조정토록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놀라운 것은 전체 지자체의 복지업무가 1만개나 된다는 점이다. 재원은 도외시한 채 모두가 보편적 복지로 달려온 결과다.

복지정책이 스며들지 않은 분야가 없다. 주거와 의식, 의료와 고용에서부터 노인과 독거인, 장애인과 저소득층, 보육과 교육, 다문화와 다자녀 등 끝이 없다. 성남시처럼 이제는 중학생 무상교복에다 산후조리원 비용까지 대겠다는 판이다. 지방행정은 복지를 추가할 곳만 찾고, 지방선거는 복지확대의 경연장처럼 됐다. 가짓수만 많은 게 아니다. 지방예산에서 복지 비중도 2000년 10%에서 올해 25%로 급증했다. 시·도, 시·군·구가 벌여온 무한 복지경쟁의 결과다.

지금껏 파악도 안 된 이 많은 현장의 복지사업을 과연 어떻게 제대로 관리하겠나. 자연히 구청이나 동사무소 주변을 요령 있게 맴도는 복지족들만 눈먼 돈인 양 따먹을 것이다. 집행 공무원들의 복지예산 횡령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점은 지난해 소위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정작 지원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한테는 가지도 않는 엉터리 전달체계라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 모두 포퓰리즘 경쟁 속에 껍데기만 도입했을 뿐 내실은 돌보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도입된 복지정책이니 평가는 뻔하다. 노인·장애인 쪽은 서비스 점수가 90.5점인데 비해 보육기반 조성 쪽은 68.8점이라는 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노인 표를 의식한 복지체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기껏 선거 때 표얻기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복지부가 처음으로 지방복지를 전수조사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조사일 뿐이다. 과잉복지로 드러나도 중앙정부의 ‘개선 권고’를 해당 지자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 수단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자체들과 지방 정치꾼들은 또 어떤 기발한 복지제도를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