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74·사진 왼쪽)는 일반인에게 ‘새 박사’로 친숙하다. 그런데 윤 명예교수의 아들도 대를 이어 조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주인공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윤종민 연구원(41·오른쪽)이다.

두 사람은 국내 최초의 부자(父子) 조류학자이자 사제지간이다. 윤 명예교수는 젊은 시절 주말이면 아들을 데리고 새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새소리를 녹음하거나 새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산을 타거나 갯벌에서 낮은 포복자세로 이동하는 등 조류 탐방활동을 하면서 윤 연구원은 자연스럽게 조류학자로 진로를 결정했다.

윤 명예교수는 처음엔 조류 연구를 가업으로 물려줄 생각이 없었지만 아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윤 연구원은 경희대 생물학과에 진학해 아버지의 전속 조교가 됐고, 주말도 반납하고 새를 찾아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는 “연애 한 번 못하고,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며 “새의 도도한 자태가 떠올라 아버지를 따라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윤 연구원은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10년간 새를 연구한 뒤 귀국해 2011년 한국교원대에서 황새 복원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게 아버지 윤 교수의 연구 보고서는 재산 목록 1호로 가장 아끼는 자료다.

윤 연구원은 “한국 조류 연구 개척자인 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 조류학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 명예교수는 “아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인터넷 새 박물관을 구축하는 게 꿈”이라며 “손자까지 새를 좋아해 3대가 ‘새 박사’가 될 날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