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운영하며 2007·2012 대선 지원 자청
계파 불문 친분…親朴 "친박 아냐", 親李 "친박 가까워"

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 2명에 거액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여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넓혀온 기업인이자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수성가형 기업인인 그는 1980년대부터 기업 활동과 정치 활동을 병행하며 충청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왔고, 재경 '충청포럼'을 운영하면서 충청 출신 정·관·재계 인사들의 가교 역을 자임했다.

2003년에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옛 자유민주연합에서 당시 김종필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고, 원내 입성도 자민련의 후신인 선진통일당 당적으로 이뤄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인들이 그렇듯 성 전 회장이 충청권 정치인들과만 친분을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공통된 전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고 여당 내에서도 양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를 구분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주류인 친박계와 접촉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친박계가 정권의 핵심인 만큼 당연한 현상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성 전 회장이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한 시기인 2006년과 2007년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권 후보를 놓고 경쟁할 때여서 오래전부터 성 전 회장이 친이계보다는 친박계 쪽에 가까웠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친박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시 박근혜 경선후보를 돕겠다고 자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인 2007년 12월에는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이력도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나오자 약속이나 한듯 '자파'와는 관계없는 인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성 전 회장의 활동 이력을 들어 사실상 친박계로 분류해야 한다고 규정한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성 전 회장이 친박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거리를 뒀다.

정병국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친이가 구분된 2007년 경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성 회장을 본 적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친이가 아니라 친박이라고 얘기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남권의 친박계 의원은 "이번에 (친박계에) 구명운동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에 있을 때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 전 의원이 최근 '구명' 차원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접촉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성 전 회장이 며칠 전 전화가 왔고, 한 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다른 친박 의원도 "성 전 회장이 '검찰이 정치인이나 고위직의 건수를 만들어 잡으면 실적이 되니까 나를 자꾸 괴롭힌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절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이 긴급 회견을 자청해 거듭 결백함을 주장한 데 이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배경에는 주류 친박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은 한 달여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충청권 중진인 박병석 의원을 만나 자신의 의원직 상실과 자원외교 수사 등을 언급하면서 "새누리당은 다 살고 나만 죽었다.

누구는 나보다 더 심한데 살고, 나만 의원직 상실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임형섭 김연정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