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고향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우리’와 ‘그들’이라는 말로 영역적 경계를 나눈다.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외 유학생이 수십만명에 이르고, 한국 기업의 21.3%가 해외 지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외부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다.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내향적인 전통을 가졌지만 행동은 외향적으로 하는 문화적 모순을 보인다.

인류학자인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은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에서 한국인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유학생, 대학교수로 36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김 총장은 한국을 떠나 오랫동안 다른 문화권에서 살면서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기질과 역사, 문화를 살펴본다. 애국심이나 과장을 최소화하고 인류학자로서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저자는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룬 배경을 ‘과정은 서두르지 않지만 결과는 빨리빨리’ 얻으려는 한국인의 기질에서 찾는다. 한국인들은 수세기에 걸친 외세의 침략 속에서 역경을 극복하는 놀라운 인내심을 가졌지만, 한편으로는 급진적이고 서두르는 문화 속에서 폭발할 듯한 조바심을 나타내는 모순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은 ‘금지 규범’의 사회에서 ‘관대 규범’의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복종하고 협력하도록 교육받았지만 요즘은 출산율 저하로 지극히 소중한 존재가 된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지나치게 관대하게 양육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온순과 겸손의 미덕이 경쟁 사회로 변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풍조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