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7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분석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가의 인구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인해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정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2015~2020년 성장률이 연평균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6년간 평균치보다 0.3%포인트 높지만 금융위기 이전의 2.2%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중국 등 신흥국 성장률은 2008~2014년 연평균 6.5%에서 향후 5년간 5.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의 이런 경고가 일부 경제학자들이 제기해온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인 수요 부족으로 인해 장기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가 수요 진작을 위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IMF는 저성장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동력 감소를 꼽았다. 독일과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는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0.2% 감소할 전망이다. 오랫동안 ‘한 자녀 정책’을 펴온 중국,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는 브라질 등도 노동력 감소에 직면해 있다. IMF는 한국에 대해서도 이민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출생률이 떨어져 가파른 생산인구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또 성장둔화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기간에 쌓인 부채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민간 기업의 투자는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