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번엔 한전 부지 개발 방향을 놓고 또다시 충돌한 것이다. 갈등의 시작은 5일 강남구가 예정에 없던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였다. 구는 “시가 사전 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도시계획시설인 잠실운동장을 포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시는 한전 부지 개발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잠실운동장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후화된 잠실운동장의 리모델링 비용을 현대차그룹이 내는 공공기여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강남구에 있는 한전 부지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기여인 만큼 이를 강남구 내에서만 써야 한다는 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한전 부지와 잠실운동장은 탄천을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강남구와 송파구로 나뉜다.
공공기여금을 ‘서울의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와 ‘강남 지역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은 강남주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강남구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강남구는 2008년 재산세 공동과세가 시행된 이후 매년 1300억원이 넘는 구 재산세를 다른 구에 나눠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남 지역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도 다른 지역에 나눠줘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금 규모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한전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다시 실시되고 있어 공공기여금이 1조원이 될지, 3조원이 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떡 줄 사람(현대차)은 생각도 안 하는데 서울시와 강남구가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다.
이번 한전 부지 갈등은 구룡마을과 달리 나중에라도 공공기여금 비율에 대한 타협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다.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은 한전 부지 개발을 놓고 강남구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