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메모리 반도체에 뛰어든다
중국 최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제조업체인 BOE(京東方·징둥팡)가 중국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BOE의 등장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BOE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BOE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BOE 경영진은 이를 회사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중국 기업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아직 없다.

BOE는 2002년 하이닉스의 LCD부문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세계 5위권 LCD 패널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이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중국은 단일 품목 중 최대 수입품(2313억달러·2013년 기준)인 반도체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BOE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150조원 이상 투자했다”며 “20년 이상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가 있어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비슷한 점이 많은 LCD 패널 사업을 해본 BOE가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남윤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