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서민전세자금 대출에 구멍이 뚫렸다. 300여명의 대규모 사기단이 조직적으로 160억원 상당의 서민전세자금을 빼돌린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눈먼 돈’이라는 이유로 관리를 책임진 주택금융공사와 시중은행들이 대출 실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검찰 측 지적이다.

구멍 뚫린 서민전세자금…가짜서류로 160억 털렸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성환)는 가짜 전세계약 관련 서류와 재직증명서로 서민전세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서모씨(51) 등 12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발표했다. 가짜 임차인을 모집한 브로커 한모씨(47) 등 15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가짜 임차인으로 나섰다 도주한 107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 전체 연루자가 388명에 달한다.

서씨는 재직증명서와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손쉽게 서민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2011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서울 마포구와 강서구, 양천구 일대에서 가짜 임차인을 모집한 뒤 주택 전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이고 전세금을 대출받도록 했다. 돈이 급해 대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과 노숙인을 허위 임차인으로 세웠다. 필요한 재직증명서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발급했다.

이들은 집주인도 가짜로 내세워 은행이 서류를 근거로 집주인 통장으로 송금한 돈을 인출해 사기 총책에게 넘기도록 했다. 허위 임차인에겐 대출금의 25~30%, 가짜 집주인에겐 5~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한 서민전세자금 대출 제도는 국민주택기금과 은행자금을 이용해 낮은 이자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을 대부분 보증해준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은행 손실은 최대 10%로 제한된다. 은행들이 서류 심사를 소홀히 한 이유다. 주택금융공사가 입은 손실은 2068억원에 이르렀다.

주택금융공사는 작년 말에야 관련 대책을 수립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작년에 관련 자금 대출 건수만 43만5000건에 달해 모든 사안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에만 전세자금대출이 17조6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비슷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오형주 기자 3code@hankyung.com